노조 게시판 부정적 댓글 수정한 언론사 전 대표, 벌금형 확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회사 노동조합 게시판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비판 댓글을 임의로 수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언론사 전직 대표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언론사 대표로 재직하던 2022년 1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노조 인트라넷 게시판에 달린 댓글을 정당한 권한 없이 수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회장·대표 입장에 관한 토론장’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소속 기자 B 씨가 쓴 "됐고, 나가주세요"라는 댓글이 달린 것을 확인하고, B 씨가 애초 작성한 댓글에 이어 "A 대표가 미운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싫어서 그랬어요. 그렇다고 회장 편도 아니에요"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당시 A 씨는 게시판의 기술적 오류로 댓글 비밀번호란에 아무 숫자를 입력해도 댓글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B 씨가 쓴 댓글을 수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 A 씨 측은 "댓글은 회사에 귀속되는 익명게시판에 게재된 감정의 표시에 해당할 뿐 ‘타인’의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존 댓글은 그대로 둔 채 문구만 덧붙인 것이어서 정보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1·2심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대표였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정보통신망 침입을 부정할 것은 아니고, 고의도 인정된다"며 "기술적 오류로 아무 숫자나 입력해도 댓글을 수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댓글 작성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정당하게 해당 댓글에 관한 권한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후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