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모임 대목은커녕 IMF·코로나 때보다도 안 좋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북창동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꽁꽁 얼어붙은 체감경기

“올 연말 모임 예약 ‘반토막’
재료·인건비 견디기 힘들어”
유명음식점도 손님없어 ‘썰렁’

탄핵 정국·고환율에 내수 침체
폐업 자영업자 100만명 넘을듯

“올 연말 체감 경기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도 더 나쁩니다. 이젠 불황 자체가 일상이 돼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26년째 유명 한정식집을 운영 중인 사장 이모(여·57) 씨는 16일 “지난해에도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단골손님 덕분에 그래도 12월 예약이 10월에 다 찼는데, 올해는 예약 실적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 씨는 “근처 한정식집들도 매출이 반 토막 이상 뚝 떨어졌다고 하더니 일부는 결국 폐업해 저녁만 되면 주변이 캄캄하다”며 “최근 인건비와 재료비 부담이 부쩍 커져 종일 일하던 주방 직원 한 명을 시간제로 대체하고 직접 주방을 챙기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송년 모임 대목인 연말을 맞았지만 대통령 탄핵 정국과 환율 급등, 내수침체 장기화 등 복합 악재에 자영업자·소상공인 경영 여건은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다수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인건비·임차료·원자재값 상승 등 3중고를 호소하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 유명 음식점들은 휑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업력 32년의 맛집으로 소문난 한 양·대창 전문점은 3∼4개 테이블에서만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이 매장 직원 A 씨는 “나라 분위기가 어수선한 탓인지 단체 회식이 줄면서 매장 안이 썰렁하다”고 말했다. 손님들을 한 테이블도 받지 못했다는 인근 해산물 전문점 주인은 “대화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약 170만 명 자영업자가 가입한 한 온라인 카페에선 탄핵소추안 가결 뒤 하루가 지난 15일 “손님을 거의 받지 못했는데, 여러분은 어떠시냐”는 등 주변 매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업주들의 문의 글이 이어졌다. 특히 고물가 부담 누적 여파가 내수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일보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국내에서 흔히 소비되는 주요 외식 품목들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올랐다.

외식 치킨은 119.97에서 126.24로 5.2%, 설렁탕은 120.90에서 125.46로 3.8%, 삼겹살은 118.06에서 121.02로 2.5%씩 물가지수가 뛰었다. 국세청 국세 통계를 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역대 최고치인 98만6487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많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전날 전국 시·도 부단체장들에게 “연말 송년회 모임을 취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글·사진=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