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민생법안 표류… ‘예금자보호법’ 등 연내 통과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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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 중 본회의 통과 10개 뿐
여야, 논의 일정조차 못 잡아

비상계엄·탄핵 정국에 예금자보호법과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과 국가 경제에 직결되는 법안의 여야 논의도 사실상 실종되면서 연내 법안 통과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1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민생 법안을 협상하며 꼽은 60개 법안 중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한 2년 유예 내용 등이 담긴 소득세법 개정안 등 10개에 불과하다. 인공지능(AI) 기본법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법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 본회의 표결만 앞두고 있는 6개 법안을 제외하면, 60개 민생 법안 중 3분의 2가 넘는 44개 법안의 연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탄핵 정국과 맞물리면서 이견 차를 좁히기 위한 여야 간 논의도 실종된 상황이다. 전날인 18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만났지만 구체적 법안 통과 일정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다만, 여야 정책위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전에 합의 처리하기로 한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다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문제는 탄핵 정국과 맞물리며 논의를 이어갈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법정 이자율 초과 시 계약 효력이 제한되는 대부업법 개정안과 예금 보호 한도를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인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계엄 이후 논의가 멈췄다.

상임위 단계에서 머물러 있는 법안 대다수는 논의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지난달 21일 법안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된 것이 전부다. 법안에 담긴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예외)’ 조항을 유지할지를 두고 여야 이견이 크다. 이 법안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상정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과 해상풍력법 등에 대한 추가 논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자중기위 여당 간사인 박성민 의원실 관계자는 “계엄 이후 긴급 현안질의 등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상임위 일정 관련 추가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정선·김보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