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집회 중계’ 유튜버 행패… 경찰에 싸움걸고 초상권 침해까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6일 오후 8시쯤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셀카봉’을 든 정치 유튜버들이 탄핵 촉구 집회를 실시간 중계하고 있다. 노수빈 기자

억지상황 연출해 돈벌이 악용

참여자들 “SNS에 얼굴 노출
딥페이크 범죄 쓰일까 걱정”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19일 5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집회를 중계하는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에 얼굴을 찌푸리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밀고 집회 참가자들을 위협하거나, 경찰에게 고함을 지르는 등 긴장 상황을 연출하면서다. 자극적 영상으로 구독자를 늘려 집회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과 함께 ‘딥페이크 범죄’를 우려하는 여성들 사이에선 얼굴을 무단으로 촬영하는 데 대한 거부 반응도 나온다.

지난 16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행진하는 시위 행렬 속에서 한 남성이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경찰에게 “우리는 죽어도 좋으니 싸우자”며 달려들었다. 옆에 서 있던 남성 3명도 경찰을 향해 “헌재가 윤석열을 살려줄 것 같아!”라고 고함을 질렀다.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던 시민들이 오히려 “싸우지 말라”며 이들을 말렸다. 이들의 오른손에는 모두 휴대전화를 연결한 ‘셀카봉’이 들려 있었다. 시위 현장을 실시간 중계하며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이들 유튜버는 집회마다 매번 10∼20명이 모인다. 15명 안팎의 유튜버가 모인 이날 행진에서도 한 유튜버는 휴대전화 방송 화면만 바라보며 걷다가 시민 2명과 부딪혔다.

정치 유튜버 A 씨는 “비상계엄 이후로 집회·기자회견을 찍는 유튜버들의 구독자가 최대 수천 명까지 늘었다”며 “대통령 관저 앞 시위를 찍었을 때 라이브 시청자가 8000명이나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튜버 B 씨는 “구독자 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라이브 방송에 수천 명이 들어오면 개인 계좌와 슈퍼챗으로 후원이 쏟아진다”고 설명했다.

탄핵 집회에 참여한 이모(25) 씨는 “시위가 끝날 때 맨 앞에 몰려 있는 유튜버들이 ‘밤새 해라, 끝내지 마라’고 요구했다”며 “집회에 나온 내가 이용당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파란색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감은 채 시위에 참여한 정모(여·23) 씨는 “SNS에서 시위 참여자들의 얼굴을 함께 보며 조롱하는 게시글을 본 적 있다”며 “정치적 의견을 내고 싶어 시위에 참여한 건데 유튜버들이 촬영한 영상에 내 얼굴이 노출되고 딥페이크 대상까지 된다면 생각한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노수빈·김유진·조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