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 후 국무총리의 대행권한 범위를 놓고 논란이 많다. 대한민국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법 해석은 문리해석이 기본이며, 체계적 해석과 합목적적 해석이 보완된다. 헌법은 근본 가치를 조화롭게 실현하기 위한 규범이므로 전체가 통일성을 지녀야 한다. 따라서 문리해석과 아울러 체계적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
위 조항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할 뿐 제한하는 명문 규정은 없다. 그런데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자 군통수권자이며 헌법기관과 국무위원 임명권, 국가긴급권 등 중요 권한을 지닌다. 이를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국무총리가 모두 대행할 수 있느냐 하는 헌법체계상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역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국가적으로 중대하므로 그러한 권한의 공백은 예방돼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비상사태 시 누군가는 대통령의 권한을 공백 없이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헌법의 취지다.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하며, 국무위원 제청권까지 지닌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중심제의 정부 형태를 취하면서도 국무총리제도를 두게 된 주된 이유가 부통령제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유고시 그 권한대행자가 필요하고, 또 대통령제의 기능과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대통령을 보좌하고 그 의견을 받들어 정부를 통할·조정하는 보좌기관이 필요하다는 데 있었’다.(헌재 1994. 4. 28. 89헌마221) 따라서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전적으로 대행할 수 있는 지위와 근거를 갖추고 있다.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 국무위원의 임명 등 대행권한을 ‘제대로’ 했는지는 별개 문제다. 대통령이나 국회, 헌법재판소는 모든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헌법상 근거가 있다는 것과 헌법에 부합한다는 것은 별개다. 우리 헌법은 기본적으로 권력남용을 막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장치다. 특히, 국가권력의 행사는 ‘자의적’이지 않아야 한다. 자의금지 원칙을 내포한 헌법상 평등원칙은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공무원의 임면도 ‘국민전체의 봉사자’(헌법 제7조)가 되도록 해야 하며, 임면권자의 친소관계 위주로 해선 안 된다. 정무직인 장관 임명도 마찬가지다.
이상은 국무총리를 기준으로 살펴본 것이지만, 다른 국무위원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헌법해석상 달리 보기 어렵다. 민주적 정당성이 미약한 다른 국무위원까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사태가 없기를 바란다. 일부 야당 의원이 국무총리가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소추 하자는 것은 부당하다. 헌법에 부합되지 않는 국회 권한의 남용이 될 수 있다.
한편, 국무총리는 자신의 권한도 행사하므로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 국무위원의 제청권과 임명권이 통합되는 것이 그 예이다. 국무총리는 헌법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사심 없이 권한을 행사하기를 바란다. 오늘날 법적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헌법의 취지에 부합하느냐의 논의가 중요하다.
이명웅 변호사, 前 헌법재판소 부장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