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적 리듬에 몸매는 절로… “룸바로 다시 청춘” [뻔하지 않고 Fun한 생활체육]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50∼60대 장년층에서 라틴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양정진(왼쪽 두 번째) 씨와 김선아(맨 오른쪽) 씨가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블리스댄스스포츠에서 남자 코치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뻔하지 않고 Fun한 생활체육 - 3. 라틴댄스에 빠진 5060 <끝>

육감적이며 로맨틱한 춤동작
중장년층에 ‘건강 운동’으로

‘음지 댄스’ 탈피 스포츠 인식
전국서 학원 8000여개 성황

자세 교정·치매 예방에 좋아
“죽기전 꼭 해봐야 할 스포츠”

지난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블리스댄스스포츠. 화려한 복장에 풀메이크업을 한 ‘동안(童顔)의 5060’들이 라틴댄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주영(61) 씨는 “라틴댄스는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스포츠”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그는 항상 파트너인 아내 정영희(60) 씨와 이곳을 찾는다.

“원, 투, 스리, 포.” 오후 1시가 되자, 조유진 국가대표 라틴댄스 코치의 본격적인 룸바 지도가 시작됐다. ‘룸바’는 라틴댄스 중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춤이지만, 4분의 4박자의 느린 템포에 맞춰 육감적이며 로맨틱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감미로운 선율에 물 흐르듯 몸을 내맡기는 수강생들이 열정을 토해냈다. 온 세상을 다 녹여버릴 듯한 매혹적인 눈빛과 어우러진 육감적인 몸짓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룸바는 가슴과 허리를 펴는 동작이 많다. “끙∼.” 진지했던 분위기에서 한 수강생의 신음이 터졌다. 그러자, 조 코치가 “요즘 연말이라, 회식을 많이 하셔서 오늘 움직임이 무거워 보여요”라고 말했고, 일순간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연습장을 가득 메웠다. 풀어졌던 분위기도 잠시, “점과 점 사이의 느낌을 잘 살려야 해요.”, “힙(Hip)라인을 예쁘게 만들어야 해요.” 조 코치의 쉴 새 없는 잔소리(?)에 수강생들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댄스스포츠는 한때 ‘음지의 스포츠’로도 불렸다. 그러나 요즘엔 ‘댄스’란 틀을 벗어나 점차 ‘스포츠’로 인식되는 추세다. 아무런 장비도 시설물도 필요 없이 실내 공간과 건강한 신체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2만∼3만 원만 내면 가르쳐주는 문화센터도 수두룩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한 댄스학원만 전국에 8000여 개에 이르고, 댄스스포츠는 대한체육회의 정식 종목에 들어 있다.

라틴댄스는 젊은이가, 나이 든 사람은 스탠더드댄스를 선호한다는 것은 옛말. 김선형(60)-김선아(55), ‘자매 수강생’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언니 선형 씨는 주변에서 ‘라틴댄스 전도사’로 불린다. 39세에 처음 라틴댄스에 입문한 선형 씨는 “남들이 나를 내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게 본다. 실제로 체성분검사를 해보면 근육량이 많다. 라틴댄스를 배우면서 체중도 10㎏ 뺐다. 이제 환갑인데 무릎이 쌩쌩하다. 아직 내 몸은 청춘인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선형 씨는 동생은 물론, 친정어머니와 남편에게 추천했고, 이젠 온 가족이 라틴댄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동생 선아 씨는 “우리 언니 덕분에 제 삶이 이렇게 젊게 달라졌다”고 미소 지었다.

서울시민 10명 중 2명은 60살 이상 ‘어르신’이다. 스포츠는 60대로 접어든 장년층의 건강과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릴 최고의 해법. 라틴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타 운동과 비교할 때 신체 교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룸바는 복부지방과 옆구리 살을 줄여줄 뿐 아니라 자세 교정에도 좋은 효과를 줘 척추 건강에 좋다. 공대 교수 출신인 양정진(62) 씨는 “병원 검진에서 유산소운동을 해야 한다고 해 라틴댄스를 시작했다. 직업 탓에 거북목도 심했지만, 이제는 척추가 올바로 섰고, 거북목도 완전히 교정됐다”면서 “동작 하나하나를 외워야 해 치매 예방에도 좋은 것 같다. 건강을 추구하는 내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시절,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차례 입상한 조 코치는 “라틴댄스는 육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신체적 활동도 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감정적인 부분들도 자꾸 표현되니 운동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틴댄스는 파트너와 함께해야 하는 사교 운동이다. 조 코치는 “라틴댄스는 상대를 향한 애정과 이해가 필요하다. 라틴댄스는 상대에 대한 배려와 포용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사회생활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