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요절하기 전 만든 궁정 무도회 춤곡… ‘동심의 기쁨’ 넘쳐[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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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모차르트 ‘썰매타기’

생활고에 시달리던 말년
무도회 음악 10곡중 하나
천재성 드러나지 않지만
단순함 속에 행복감 가득

연말이 다가오면 모두 새해맞이에 한창이다. 어떤 이들은 시끌벅적하게, 어떤 이들은 조용한 시간을 보낼 테지만, 다가올 새해에 대한 설렘과 부푼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해 중 가장 특별한 시기 이 음악이 빠질 수 없다. 모차르트의 ‘썰매타기’다.

어릴 적 눈 내리는 날이면 꼭 하던 놀이가 있었다. 바로 썰매타기다. 저 멀리 오스트리아에서도 썰매타기를 즐겼다.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는 ‘썰매타기’란 제목의 클래식 음악 작품을 남겼고,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역시 같은 제목의 작품을 춤곡이란 형식을 입혀 작곡했다.

모차르트가 동심의 기쁨으로 가득한 ‘썰매타기’를 작곡한 해는 아이러니하게도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던 해인 1791년이다. 모차르트의 말년은 불행했다. 사치스러운 생활과 도박 빚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모차르트처럼 당대의 인기 작곡가가 왜 궁핍한 말년을 살아야만 했을까. 말년의 모차르트는 궁정음악가가 아닌 자유 예술가였다. 요즘 식이면 프리랜서였다.

모차르트는 작곡 이외에도 자신을 알리고 또 새로운 작품을 위촉받기 위해서는 늘 사람들을 만나야만 했다. 각양각색의 연회에 참석해야만 했고 내기 당구 같은 사교 활동에도 빠질 수 없었다. 그러나 하늘이 내린 천재 작곡가에게 경제관념 따윈 없었다. 지금 돈으로 치면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가발을 애용할 만큼 사치벽은 심해졌고 당구에서 빚진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모차르트는 눈코 뜰 새 없이 곡을 써야만 했다.

모차르트는 32세가 되던 해인 1787년 오스트리아 빈의 황실 작곡가로 위촉됐다. 황실 작곡가라고는 하지만 궁정악장처럼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보장되는 자리는 아니었다. 당시 모차르트의 주요 임무는 궁정에서 열리는 무도회의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었다. 모차르트는 황실 작곡가로 재직하던 이 시기 32세부터 세상을 떠난 해인 1791년까지 총 10세트의 춤곡을 작곡했고, ‘썰매타기’는 이 중 하나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독일 무곡, 렌들러라고 불리는 춤곡 양식으로 작곡했다. 각각 2개의 플루트, 오보에, 바순, 호른, 트럼펫, 포스트호른, 팀파니,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5개 썰매 종의 악기 편성으로 완성했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다른 작품들처럼 화려한 형식미나 장대한 규모를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음악사상 제일 가는 천재의 작품이라 할 만큼 단순함 속에 기쁨과 행복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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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건강 악화, 생활고로 시달리던 그의 말년. 빚을 갚기 위해 악상을 쥐어짜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썰매타기’란 작품은 위풍당당하고 밝은 분위기를 풍긴다. 베토벤이 ‘인간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을까?’란 동기로 작곡했다면, 모차르트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즐겁고 기쁘게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작곡가였다는 게 여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모차르트의 춤곡 ‘썰매타기’

1791년 2월 빈에서 작곡한 작품으로 빈 궁정의 무도회를 위해 만들어졌다. 3개의 춤곡으로 구성된 작품집 중 세 번째 작품으로 ‘썰매타기’라는 표제를 갖고 있으며 전 곡 중 가장 유명하다. 모차르트 특유의 쾌활함이 넘치는 작품으로 설원 속 겨울날의 축제를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