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發 티켓취소 러시… 연말특수 사라진 공연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작년동기 대비 매출 121억원 ↓
12·3 당일 취소 9.3만건 달해
관객 발길 끊기며 공연 접기도
대학로선 “시국탓 홍보도 눈치”

연말 특수를 노리던 공연계가 12·3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예매 취소 폭탄’을 맞고 있다. 연말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12월 공연 티켓 매출이 전년에 비해 121억 원 증발했고, 주 고객층인 연극·뮤지컬 마니아들마저 집회 참여 등을 이유로 발길을 끊으면서 ‘무관객’으로 연극이 취소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6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총 티켓 예매 수는 134만7632건(803억6128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1만4399건)에 비해 16.5% 감소했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121억 원에 달한다. 특히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대규모 ‘탄핵집회’가 열렸던 7일과 14일은 각각 3만6051건, 3만6510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약 1만 건 줄었다. 12월 둘째 주의 경우 지난해보다 공연 건수는 1600여 회 늘었으나 티켓 예매 수는 40만2537건으로 지난해보다 7만 건가량 줄었다. 계엄 사태 당일인 3일은 9만3470건이 취소됐는데 이는 평소 티켓 취소 수인 3만∼5만 건을 훨씬 웃돈다.

실제 24일 오후 5시쯤 찾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는 크리스마스이브임에도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한 소극장에서 열린 연극은 관객이 한 명도 오지 않아 취소됐다. 찾는 이가 없어 외부에 매표소를 두지 않고 마냥 관객을 기다리는 소극장도 있었다. 대학로에서 40년간 무대 연출가로 일한 김상진(60) 씨는 “크리스마스이브 공연(사진)이라 60석 전체를 채울 줄 알았는데, 3분의 1을 겨우 채웠다”며 “시국이 이렇다 보니 홍보하기도 부끄러워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그만둘까 논의도 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연말 특수고 크리스마스고 다 사라진 지금 소극장은 초죽음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 소극장 관계자는 “계엄 이후로 예매 수가 확 줄어서 주말 오후 2시에서 3시 사이 ‘피크 타임’ 공연들조차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뮤덕(연극·뮤지컬 마니아)’들조차 발길을 끊고 있다. 10년차 연뮤덕 김현지(33) 씨는 “매 주말 집회에 나가느라 공연 관람을 잠시 끊었다”며 “지금은 공연을 보러 다닐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수빈(33) 씨는 “계엄 이전에는 주 3회 정도 관극을 했는데 시위에 나가기 위해 지금은 1회 정도로 줄였다”며 “SNS에 양도 티켓이 많이 올라온다”고 전했다.

김린아·노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