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고급 취미 ‘차·향·꽃’의 변천사[북리뷰]

■ 차·향·꽃의 문화사

김영미 지음│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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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향, 꽃의 공통점은 뭘까. 미각, 후각, 시각을 아우르는, 각기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라는 것 아닐까. 아름다운데 무용하지도 않다. 때로 그것은 역사의 한 장을 차지하는 주인공이 되기도 했으니까. 그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만 해도 그렇지 않나. 책은 이러한 굵직한 사건을 촉발하게 한, 인간의 취미 문화의 측면에서 차, 향, 꽃을 바라본다. 이 세 단어를 ‘역사 속 아름다움의 자취들’이라 규정하고는 국가별, 시대별로 나눠 이야기를 전개한다. 차, 향, 꽃이 신분과 종교, 교역과 시장, 장인 정신과 예술의 혼이 어우러진 총천연색 동양 문화의 정수라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고급 취미 생활사”를 넓고 깊게 파고든다.

책에 따르면, 차는 중국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향과 꽃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등에서 먼저 관심을 보였다. 향과 꽃 문화가 이동한 경로를 보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출발해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유입됐고, 그다음 한국과 일본으로 확산했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이 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고 변형됐는지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향 문화는 중국에서 불교를 받아들인 삼국시대에 시작됐고 불교가 가장 융성했던 고려 시대에는 모든 국가 행사에서 향을 태웠다. 일본 역시 중국과 한반도로부터 향 문화를 받아들였고, 헤이안시대 이후 종교적 색채를 벗어나 심미적 용도가 된다. 또, 가마쿠라 시대 무사들은 권력 과시용으로 희귀한 침향을 즐겼다고 한다.

책은 문헌이나 고고학 출토품 등을 중심으로 서술돼 있어 신뢰감을 더한다. 또, 관련 일화나 인물의 서사를 적극 활용했고, 쉽게 만날 수 있는 각국의 도판 자료까지 실려 이해를 돕는다. 600쪽, 4만8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