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권 체제, 소탐대실 경계해야 한다[포럼]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의힘이 권영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당 정비에 나섰다. 권성동-권영세의 리더십은 관리형 지도부의 성격이 강하다. 탄핵소추에 이른 대통령을 공천한 여당이 작금의 국가 위기에 공동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와 정당 개혁을 할 수 있는 혁신형 지도부를 꾸리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이 75%이고, 계엄 사태는 내란이라는 의견이 71%에 이르는데(갤럽 12월 2주차 조사)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여론과 상반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탄핵이 중심 이슈가 되는 선거 구도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 판단으로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해도 국민의힘 후보가 다른 야당 대선 후보를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에 대해 사과하고 창당 수준으로 혁신을 한다 해도 새로운 지지가 확대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힘 정당지지도는 11월 3주차 조사에서 30.3%였는데 탄핵 정국의 와중인 12월 3주차에 29.7%로 별 차이가 없다.(리얼미터 각 주 조사) 그리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의견이 66%로 찬성 의견(27%)에 비해 압도적이다.(갤럽 12월 2주차) 이러한 조건에서 국민의힘은 현재 지지층의 이탈을 막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사과한다는 것이 야당에 공세의 빌미만 줄 뿐 정치적 이득이 없을 것이란 계산도 소극적인 정당 변화 기조에 한몫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관리형 지도체제로 차기 대선을 대비하는 듯하다.

여기에는 조기 대선을 겨냥해 서둘러 당을 개혁하기보다 4년 후 총선을 염두에 둔 소속 의원들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2028년 총선에서는 탄핵 이슈 대신에 ‘집권 3년 차 민주당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중심이 되고 진영논리가 득세하게 될 것이다. 차기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국회와 행정부를 모두 차지한 민주당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의 문제를 비판하고 보수 진영의 결집을 강조하는 선거 전략을 펼 것이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들 중 65% 가까이가 보수색이 강한 영남 지역구 출신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영남지역에 출마한 의원들은 탄핵 찬성의 타당성 여부는 뒷전에 두고 탄핵 정국에서 보수 진영을 지키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진영논리 구조에 호소하게 된다. 의원들은 자신의 선거 승리를 위해 감성과 편가르기가 핵심인 진영논리를 동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전략을 펴게 되면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의석은 더 줄어들고 영남지역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정당과 국회의원은 수동적으로 지지 세력의 의견을 대리하는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다. 때로는 지지자들을 설득하고 의견 수렴의 방향을 주도해야 한다. 국회의원에게 재선은 중요한 정치적 목표지만,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구현하는 수단이 된다. 특히, 지금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는 의원 자신보다 국가 이익을 위한 처신이 중요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국민의 대표가 되려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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