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 퇴임후 더 빛난 ‘최장수 대통령’[부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올해 100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별세

재임기간 내내 정직·인권 강조
레이건에 패배 재선 못했지만
지구촌 평화 헌신 노벨평화상
“비범했던 인도주의자 잃었다”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퇴임 후가 더 빛났던 미국 대통령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고향 마을에서 별세했다. 100세.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장수 기록을 세운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플레인스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후 3시 45분쯤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카터재단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의 아들인 칩 카터는 성명에서 “제 부친은 저뿐만 아니라 평화, 인권, 이타적 사랑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영웅이셨다”며 “부친을 기리는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오늘 미국과 세계는 비범한 지도자, 정치인, 인도주의자를 잃었다”면서 “지난 60년간 우리는 카터를 소중한 친구로 부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카터에 있어서 특별한 것은 그를 만난 적 없는 미국과 전 세계의 수백만 명 사람들도 그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했다는 것”이라고 추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을 “위대한 미국인”으로 칭하며 장례절차를 국장(國葬)으로 치를 것을 지시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994년 6월 지미 카터(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왼쪽 사진부터). 카터 전 대통령이 2002년 12월 중동전쟁 중재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모습. 카터 전 대통령이 부인 로절린 여사와 함께 2007년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해비타트(집짓기 운동)에 참여해 집을 짓고 있는 모습. 카터센터 제공 AP 연합뉴스 뉴시스

민주당 소속으로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거쳐 1976년 대선에서 현직인 공화당 제럴드 포드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카터 전 대통령은 1977년부터 4년간 대통령에 재임했다. 베트남전과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 여파를 고려해 재임 기간 ‘정직’과 ‘인권’을 내세웠다. 이에 박정희 정부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해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외교 실패로 결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후 인질로 억류된 미국 대사관 직원 등 52명을 구출하려던 군사 작전 실패가 치명타였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카터 전 대통령은 이때부터 세계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개선, 보건·여성 문제 해결을 위해 뛰면서 각종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세간의 평가를 뒤엎었다. 비영리기구 카터센터를 통해 갈등 해결, 제3세계의 부정선거 감시,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 빈곤국 질병 예방 등을 위해 현직 시절만큼 헌신적으로 세계를 누볐다. 외교 전면에 나설 수 없는 미국 정부를 대신해 각종 국제 문제에 특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4년 1차 북핵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방북해 김일성 북한 주석과 회담하고, 에티오피아와 수단, 아이티,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에서 중재자로 나섰다. 이처럼 각종 국제 분쟁 지역에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 공로로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46년 로절린 여사와 결혼해 로절린 여사가 지난해 11월 96세 나이로 별세할 때까지 77년 해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생전 워싱턴DC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고향 플레인스에 있는 집 앞에 묻히고 싶다고 2006년 미 의회방송 C-스팬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