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돈 속 기업이 국가 선봉장이다[포럼]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2024년 1월 경제 단체장들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위기는 항상 혁신의 신호탄이니 기회를 찾자고 호소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정부가 과감히 규제를 혁파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경제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위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무역 구조 혁신과 경쟁력 강화로 수출 활력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1년 전 이 호소는 지금도 옳다. 2025년 더 어려워진 환경에서 기업인들은 위기 극복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

정치가 망가져도 경제는 굴러간다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기업인들은 정치인들이 엉망으로 망가뜨린 사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죽을힘을 다할 뿐이다. 같은 민족이 같은 조건에서 갈라진 한반도에서 정치의 중요성이 드러났다. 김일성이 만든 사회주의 공화국과 이승만이 만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비교할 필요조차 없다. 1995년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던 이건희 회장의 진단이 경종을 울린다. 지금 기업은 초일류로 나아가려는데, 정치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으로 구축된 민주공화제가 탄핵과 계엄으로 무너질 위기에 있다. ‘반(反)대한민국 세력’은 민주주의를 외친다. 우리가 민주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민주주의를 외칠 때, 그들은 듣지 않는다. 그들은 민주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탄핵과 계엄은 헌법 체제 내에 있는 단어다. 민주공화제의 강건함을 믿고 국민이 민주주의를 실천할 때 정치적 혼란도 해결할 수 있다.

기업의 생태계와 경제 체제를 모르는 정치인들은 표(票)만 된다면 기업을 옥죄고 근로자의 삶을 파괴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그랬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 법안이 그랬다. 죄 없는 기업인을 재벌이란 이유로 관리하는 나라는 자유민주 국가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 전쟁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살리려는 반도체특별법은 국회에서 좌절됐다.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할 전력망특별법도 멈췄다. 야당이 언제든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들이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장악하려는 열정으로 개혁에 임한다면, 4대 개혁도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들은 교묘한 말장난으로 개혁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권세를 누리고 있다.

위대한 국가는 위기가 없는 나라가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국가다. 범죄를 저지른 정치인은 법에 따라 처벌돼야 하고, 다수의 폭력은 소수를 위해 자제돼야 한다. 입법부의 권력으로 정권을 쟁취하려 하지 말고, 그 권력으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2025년에는 탄핵 정국이 정리되면서 정치권은 재편될 것이다. 사법부도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국민은 더는 궤변을 듣고 싶지 않다. 추상적인 말보다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말이 통용돼야 한다. 상식적인 사회에서 국민이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토대가 지켜진다.

경제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 탄핵과 계엄, 그리고 무안공항 참사까지 모든 면에서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2025년 전 국민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주목받자. 대한민국은 이미 일류 국가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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