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종언’ 후쿠야마 “윤 대통령 혼자 초래한 한국 위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역사의 종언’으로 국내외에 이름이 높은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국에서의 비상계엄 선포 논란은 국회 교착상태에서 좌절한 윤석열 대통령 혼자 초래한 위기라고 본다"면서 "(윤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고 사임해야 하지만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2일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 영문판에서 "한국과 같은 중요한 국가에서 리더십 부재의 위기가 수개월 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탄핵안은 지금까지 저질러진 실수의 규모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후쿠야마 교수는 미국의 민주주의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지적하며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쇠퇴(Democratic backsliding)’의 시기에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하는 것은 미 민주주의에 매우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후쿠야마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왔다는 점을 비판하며 "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선거에 대한 공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024년 미 대선은 단순한 정책 선택 그 이상이었지만, 미국의 국민은 불법적으로 공직을 유지하려 한 그(트럼프)를 택했다"며 "그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인플레이션과 남부 국경통제 실패에 따른 이민자 급증 등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후쿠야마 교수 "자유 민주주의의 ‘자유’를 지지하는 법치주의는 점차 쇠퇴 중"이라며 "국가권력을 이용해 정적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민주주의가 매우 취약한 개발도상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부정선거’에 관여한 인사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바 있는 캐시 파텔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을 차기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후쿠야마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패권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려되는 점은 러시아, 중국이라는 거대한 권위주의 2개국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불행히도 20세기에 보았던 장면으로 우리는 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후쿠야마 교수는 민주주의 쇠퇴를 경고하면서도 "이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이 개인, 가문에 집중되는 독재정권은 궁극적으로 불안정하며, 사람들은 그런 사회에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 민주주의가 인기 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