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물 박차고 새롭게 날아오를거야[도시풍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도시풍경

사진·글=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성호야, ‘높이 나는 죽은 새’라는 말을 아니?”

출입처가 같았던 다른 회사 사진기자 선배가 여의도 강가를 거닐다 문득 건넨 말이다.

명성에 힘입어 더 이상 날갯짓은 없이 그저 높은 곳에서 활공만 하는 새를 말한다며 무슨 일을 하더라도 가장 삼가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당신도 그게 제일 겁나는 일이라고도 했다.

실상, 높이 나는 죽은 새는 일본의 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의 에세이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나오는 구절의 내용이다.

“우리는 빛나는 희망과 넘칠 듯한 자신감을 가지고 출발선에 선다. … 중략 … 가장 노련해진 부분은, 내가 얼마나 일을 정력적으로 해내고 있는지를 세상에 알리는 기술이다. 새는 참으로 우아하게 날개를 펴고 창공을 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때 새는 이미 죽은 것이다.”

이른바 과학자들의 ‘죽은 새 증후군’을 경계하는 의미다.

정년을 앞둔 그는 아마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제노사이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기록해 왔던 작업이 지속되지 않고 이전 것들의 되새김질이 될까 걱정하는 듯했다. 그는 세밑에 다니던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했고, 새해 인사를 전하는 내게 자료정리를 하다가 찾은 반쯤 남은 오래된 싸구려 위스키를 마주하고 있다 했다. 말도 안 통하는 유럽의 어딘가 숙소 옆 가게에서 샀던 싸구려 술일 것이다.

兄, 난 형의 다른 시작을 믿어. 형은 ‘높이 나는 죽은 새’의 날갯짓이 아닌 이제 막 물을 박차고 새로운 비행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 촬영노트

을사(乙巳)년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새해 아침 물새 한 마리가 차디찬 한강 수면을 차며 힘찬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