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미국인인데… 트럼프 “이민 탓”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미국行 이주민, 멕시코 종단 지난 1일 중남미 이주민 수백 명이 강경한 반이민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20일)을 앞두고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에서 미국 국경 지대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달 안에 미국 접경지역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멕시코 종단을 시작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국경통제 강화 위해 ‘억지’

임기 첫날 추방 공언한 트럼프
차량돌진 ‘미국인 소행’ 외면
범인 ‘IS추종’ 사실만 부각시켜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뉴올리언스의 차량 돌진 테러, 라스베이거스의 트럭 폭발 사건이 미국인에 의해 저질러진 사실이 드러났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를 국경 개방과 불법 이민의 문제로 치부하고 국경 통제 강화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20일 취임식 후 임기 첫날부터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펼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사건을 자신의 국경 통제 강화 및 불법체류자 대거 추방 공약 이행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2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바이든(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개방 정책이 시행되면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과 다른 형태의 폭력 범죄가 미국에서 상상하거나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며 “그 시간은 이미 왔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고 완전하고 총체적인 재앙”이라며 “그와 그의 선거 방해 ‘깡패’들이 우리나라에 한 일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용의자가 특정되기 전인 전날에는 “내가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범죄자들이 미국에 있는 범죄자들보다 훨씬 나쁘다고 말했을 때 민주당과 가짜 언론들은 이를 반박했지만 사실로 드러났다”며 “미국의 범죄율은 이전에 누구도 본 적 없는 수준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차량 돌진 테러 용의자는 미국에서 출생한 샴수드 딘 자바르(42)로 밝혀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테러가 자바르의 단독 범행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범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 트럼프 호텔 앞에서 폭발한 테슬라 사이버트럭도 조직적 테러보다는 현역 미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정리되는 기류다. 수사당국은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 베레 소속의 매슈 리벨스버거가 차량 폭발 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인’의 자생적 테러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자바르가 IS 추종자라는 점을 부각하며 사건을 자신의 강경 이민정책 추진의 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으로 외국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유입과 외국 극단주의 세력의 미국 내 영향력 확대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논리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일부 이슬람권 국가 출신자의 미국 이민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차량 돌진 테러와 관련해 “우리는 계속 집요하게 IS와 다른 테러 조직을 추적할 것”이라며 “그들(테러리스트들)은 여기(미국)서 피난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바르가 차량 돌진 테러 감행 몇 시간 전, 테러 현장 근처의 아이스박스 2개에 각각 폭발물을 설치했으며, 원격 폭발 장치를 자신의 차량 안에 넣어 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