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전환 구현할 정치집단 대망론[포럼]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새해에도 지난해 못지않게 많은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본격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펼쳐지고, 국제 정세의 급변으로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재구조화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일 ‘2025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7월보다 0.4%포인트 낮은 1.8%로 발표했다. 계엄·탄핵 사태 이후 부동산과 증시가 위축되고, 소비심리도 급감하며, 환율과 수출에 문제가 생기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린다. 또, 사회의 세대·이념·성별 간 분열과 갈등이 고조되고 공동체 의식은 약해지고 있다.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경제를 일깨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나라를 설계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경제 성장의 한계, 무책임하고 주먹구구식의 공공부문, 파편화하고 의존성만 남은 사회 모두 한 단계 크게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첫째, 기업가정신과 혁신 활동이 존중되고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는 산업과 경제 구조가 되기 위한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의 급감과 자본투자의 이탈로 잠재성장력의 급감 단계에 들어서는 중이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섣부른 시장 개입으로 기업가정신과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도 부진하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기업 활동이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과 경제의 경쟁력이 강해질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방향성에 대해 토론하고 타협하며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와 이를 이해관계의 조정과 협력을 통해 구현해내는 효율적인 행정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승자독식제(winner-takes-all)로 인해 발생하는 너 죽고 나 죽기 식의 분열적인 정치, 극단적인 감정이나 단순한 논리에 복무하는 포퓰리즘적인 정치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야의 원내 정당과 소수 정당, 중앙·지방 정부 사이에 존재하는 권한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협력적인 전략을 채택할 때 유리해지는 정치제도와 통치구조를 만들어내야 비로소 극단적인 양극화와 포퓰리즘 정책 생산이 제어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자율성과 자기 책임 원칙에 기초해 바람직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드높이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성숙한 사회집단이 더 많이 생김으로써 사회가 명실상부한 선진국형 사회이자 국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시민단체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다수 사회집단은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스스로 먼저 책임을 지려고 하기보다는 정부와 정치집단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면에서 시민사회 집단이라기보다는 돈과 권력을 좇는 이익집단의 성격이 더 강하다. 정부가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회집단과 함께 풀어 나가야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진정한 사회적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

국민은 정치도 경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꿈꾼다. 끝없는 정치싸움, 활력 잃은 경제, 서로 헐뜯는 사회는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 경제·정치·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이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정치집단의 출현이 필요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