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2’ 오해와 비판… 이정재·황동혁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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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능한 성기훈, 어떻게 살아남았나

“인간의 선한 마음 기적 만들어낸다”
“점점 밝은 모습 잃은 기훈…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안쓰러워”

지난 12월 26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오겜2)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일주일간 4억876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시즌1을 뛰어넘어 역대 넷플릭스 작품을 통틀어 첫 주 기준 ‘가장 많이 본 콘텐츠’로 등극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는 온도 차가 크다. 절대적 지지를 받던 시즌1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극과 극 반응에 연출자와 주연 배우도 짐짓 놀란 모양새다. 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황동혁 감독, 배우 이정재를 만나 ‘오겜2’를 둘러싼 오해와 비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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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의 질타, 어떻게 바라보나

“韓 평가 유독 각박‘왕관 무게’라 생각”
“논란의 배우 복귀 도우려던 것 아냐… 대중들이 판단할 영역”

◇오해와 비판1. 성기훈, 시즌1과 너무 달라졌다?

“이미 시즌1 말미에 예전의 밝은 모습을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기훈은 변한다. 원래대로 살기 힘들어진 기훈의 감정과 모습이 차근차근 ‘빌드업’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즌2의 기훈이 시즌1의 기훈에 비해 다른 사람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기훈이 게임을 멈추겠단 목적을 이룬다면,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란 의문은 들었다. 아마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안쓰러운 캐릭터다.”(이정재)

◇오해와 비판2. 무능력한 성기훈, 어떻게 살아남았나?

“시즌1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이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기훈이 셈에 밝은 현실적 인물이었다면 그런 기적을 만들어내진 못했을 거다. 시즌1 001번 ‘오일남’에게 당해놓고, 또다시 시즌2 001번 ‘오영일’에게 당한 이유는 기훈이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어서다. 그래서 위기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행동하는 기훈의 ‘양심’이 이 사회에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이정재)

◇오해와 비판3. 탑·오달수, 왜 논란의 인물을 캐스팅했나?

“추천받은 리스트 중에 최승현(탑)이 있었다. 대마초 때문에 모든 것을 그만두게 된 타노스가 그의 모습과 닮아 출연할 것이란 기대는 안 했다. 고민 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오디션 겸 대본리딩을 했는데 가능성을 봤다. 그런데 이렇게 탑이 용서받지 못한 줄 저는 진짜 몰랐다. 6∼7년 정도 지나 ‘이 정도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용인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반응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오달수는 이미 다른 작품에도 출연했기 때문에 그의 연기가 좋아서 같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복귀할 때 비난받지만 결국 결과물을 보고 대중이 용서할지를 결정한다 생각한다. 그들의 복귀를 도와주려던 것은 아니었다.”(황동혁)

◇오해와 비판4. 왜 시즌2, 3로 나눠 제작했나?

“새 시즌을 집필하며 ‘오징어게임’을 완전히 끝내려 하다 보니 하고 싶은 얘기가 많고 길어졌다. 그런데 촬영 분량의 후반 작업을 모두 마친 후 한꺼번에 발표하려면 시즌2 공개 시기가 너무 늦어지더라. 그래서 넷플릭스와 상의 끝에 ‘나눠서 공개하자’고 결정했다. 지금은 시즌3 후반 작업 중이다. 또 요즘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보는 호흡이 짧아졌다. 너무 길면 지루함을 느낄 것 같아 시즌2, 3로 나누게 됐다. 그래서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후보에 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시상식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하지만 시즌3로는 수상을 노려보고 싶다.”(황동혁)

◇오해와 비판5. ‘오겜2’를 향한 질타, ‘왕관의 무게’인가?

“개인적으로는 심리·사회적 관계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준 시즌2가 시즌1보다 만족스럽다. OX투표는 현재 탄핵 표결 과정과 소름끼칠 정도로 닮았다. 다만 시즌2가 변곡점에서 끝나기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시즌2이기 때문에 ‘서프라이즈 팩터’(놀라운 요소)가 사라진 건 어쩔 수 없다. 호불호가 갈리는데, ‘받을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세계에서 인정받는 콘텐츠인데 한국에서 가장 각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5∼6년 ‘오겜’만 만들며 살았는데, 홍보할 때 그 왕관의 무게가 느껴지더라. 제가 일자목이라 많이 아프고 무겁다(웃음). 이 왕관 덕분에 제가 누린 것이 많기에 고통과 질책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황동혁)

안진용·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