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리더의 필수자질은 통찰과 예지”… 30여년 쟁점분석 대책구상 훈련[Leadership]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2023년 4월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 국회 통과 기념 직원 조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대구시청 제공

■ Leadership - 홍준표 대구시장

정치 경험으로 與野 의원 설득
TK신공항·달빛철도 건설 추진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내세워
‘대구경북특별시’ 닻 올리기도

“달콤한 말은 진짜 소통 아냐”
직설적 발언에 ‘독선’ 오해도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홍준표 대구시장은 민선 8기 대구시장 선거에선 78.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경남지사 재선을 포함하면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초의 민선 복수 광역자치단체장이다. 게다가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도 지냈다. 홍 시장은 이러한 경력으로 대구시정의 방대한 분야에 선이 굵고 선명한 밑그림을 그리고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지도자의 필수 자질은 통찰력(Insight)과 예지력(Foresight)”이라며 “30여 년 정치 인생 동안 매일 아침 대한민국의 모든 쟁점을 분석하는 한편, 각각의 사안마다 입장을 정리하고 대책을 구상하는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장 취임 이후 특유의 추진력과 돌파력으로 시정을 혁신하며 이를 기반으로 국가 성장 동력의 모멘텀을 마련하기도 한다. 특히 홍 시장은 대구 미래 50년 번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100+1 시정혁신’에 매진해 ‘대구굴기(大邱굴起)’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슬로건을 ‘컬러풀 대구’에서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로 바꿨다. ‘100+1 시정혁신’은 행정·경제 등 시정 분야별 100가지 혁신을 비롯해 대구를 ‘한반도 제2의 도시’로 거듭나게 하는 대구·경북(TK)행정통합이다.

◇성과로 말하는 강력한 리더십 = 홍 시장의 ‘퍼스트 펭귄’으로서의 역할은 강한 리더십에서 나온다. 그는 민선 8기 취임사에서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대구 미래를 좌우할 핵심과제는 직접 진두지휘하며 돌파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또 그는 “옳다고 여기는 정책은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기자간담회에서도 자주 말하곤 했다. 그는 이러한 확고한 신념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도 대구 시민, 나아가 국민에게 도움이 되면 망설이지 않고 있다.

홍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지역 내 총생산액(GRDP) 전국 꼴찌인 대구의 가장 큰 문제를 기득권 카르텔로 보고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을 타파했다. 그리고 시민이 공감하고 상식이 통하는 행정을 위해 시정 혁신에 나섰다.

유사·중복 공공기관 18개를 11개로 통폐합해 연간 238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책임 회피성 위원회와 용역 운영 방식을 과감히 바꿔 행정 책임성을 강화했으며 정책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2년 만에 자율적 자치조직권을 확대했다. 이는 인구수를 기준으로 제한된 지방자치단체의 실·국 설치 기준, 한시 기구 설치에 대한 승인제 규정 등을 폐지한 것이다.

아울러 폐쇄적 인재채용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능력 최우선으로 외부 전문가를 적극 중용하고, 공무원·공기업 채용 시 거주요건을 폐지해 전국에서 인재가 몰려들게 했다. 그 결과 취임 1년 만에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홍 시장 취임 전 4등급이었던 대구시 청렴도를 최상급으로 끌어올렸다. 홍 시장은 경남지사 시절에도 만년 꼴찌였던 경남도의 청렴도를 재임 기간 1위로 상승시킨 바 있다.

특히 그는 논란이 많아 정부조차 망설였던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일 제도’를 2023년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평일로 전환했다. 지난 2012년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일 제도가 시행됐지만, 시장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규제의 효능이 상실된 것으로 보고 과감히 평일로 전환한 것이다. 일부 단체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 활성화되는 윈-윈 효과를 얻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또 시설 노후화로 2007년부터 3차례 용역을 하고도 주변 상가와의 갈등으로 불발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도 강력히 추진해 2023년 3월 이전지를 선정하고 오랜 설왕설래를 매듭지었다. 기능 상실 등으로 막대한 세금이 낭비된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역시 54년 만에 폐쇄해 기득권을 철폐하고 후적지는 도시철도 4호선 차량기지로 활용토록 했다. 그는 대구시장 취임 후 이른바 ‘홍준표식 재정 건전성 확보’를 모토로 내걸고 불필요한 예산을 삭감하고 기금 통폐합 등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으로 올해까지 3년 연속 지방채 발행 없는 예산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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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완비된 리더십 = 홍 시장은 정치와 공직 경험을 토대로 어려운 숙제도 마다하지 않고 풀어나가고 있다. TK의 핵심 정책은 TK 신공항과 달빛철도(대구∼광주) 건설이다. TK 신공항은 대한민국 최초로 민간·군 공항을 통합해 대구 군위군·경북 의성군 일대에 건설하는 것이다. TK에 새로운 하늘길을 열어 산업·경제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하는 안보거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홍 시장은 ‘TK 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을 위해 강기정 광주시장과 ‘달빛동맹’을 맺어 ‘광주 군 공항 특별법’과 동시 제정을 꾀하는 정치적 관록을 발휘했다. 결국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를 끌어냈고 마침내 2023년 4월 TK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제정되게 했다.

그는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장기화하자 TK 신공항 건설 사업방식을 민·관 공동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에서 대구시가 직접 개발하는 공영개발방식으로 전환하고 정부와 협의 중이다. 이 방식은 정부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융자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공자기금 지원은 법령 개정이 필요 없는 정부 정책 결정 사안이다. 홍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적자금을 조달해 대구시가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하면 특혜 시비도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대구시 직접 공영개발을 위해 발로 뛰면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지방채 한도 범위 초과 발행, 민간공항 건설 위탁·대행(민·군 공항 통합건설) 및 토지 조기 보상, 이주자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및 주택도시기금 지원 등의 근거 조항이 담겨 있다.

또 홍 시장은 ‘대구·광주 달빛철도 건설 특별법’도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 헌정사상 최다인 국회의원 261명의 발의로 지난해 2월 제정되게 했다. 그는 이로 인해 수도권과 맞먹는 남부 거대경제권 조성의 기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대구시와 경북도, 행정안전부,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TK 행정통합 합의문에 전격 서명하면서 서울시에 준하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의 닻을 올린 것도 홍 시장의 역할이 컸다. 홍 시장의 전략과 전술이 빛을 발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로써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이라는 거대담론의 성사에 한발 다가섰다. TK 통합 추진은 부산·경남, 대전·충청, 광주·전남 행정통합에도 불을 지폈다.

홍 시장은 산업 대개편에도 드라이브를 걸어 섬유산업 쇠락 후 30년째 주력산업을 마련하지 못한 대구 경제 기반을 다시 탄탄히 다지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ABB), 반도체,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헬스케어 등 5대 미래 첨단 신산업을 정하고 적극적인 투자유치에 나섰다. 이 결과 취임 후 지난해까지 46개사 9조3170억 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난 10년(2012∼2021년)간 대구시 투자유치 총액(4조5000억 원)의 2배가 넘는다. 그는 “TK 신공항과 달빛철도가 건설되고 항공물류 중심의 미래 신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면 청년이 모여들고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머 품은 소통의 리더십 = 홍 시장은 직설적이고 솔직한 발언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사람마다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며, 그에 대해 ‘독선·불통’이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간부회의나 기자회견, 토크콘서트 등에서는 유머 있는 입담으로 좌중을 폭소케 하는 등 분위기를 이끌면서 소신을 분명히 밝히고 이해를 돕게 한다. 그는 SNS와 유튜브 ‘청년의 꿈’을 통해서도 시민, 국민과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때로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구시청 안팎에선 상황을 명확하게 하는 동시에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도록 하게 한다고 말한다. 홍 시장을 곁에서 지켜본 한 간부 공무원은 “홍 시장은 실·국장 회의에서 약 70%는 참모들의 의견을 수용한다”며 “‘독불장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의 강단과 추진력을 독선과 독단으로 오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시민들과의 한 토크 콘서트에서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냥 하나 마나 하는 말,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고 시간 때우기 위해 하는 말, 그리고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려고 하는 달콤한 말’은 제대로 된 소통이 아니라고 본다”는 소신을 강하게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