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후폭풍’… 과기원 정시 지원 30% 줄었다

횟수 제한 적용 안돼도 지원 뚝
에너지공과대는 3분의 1 토막
“최상위권, 의약학계열만 겨냥”

올해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에 대한 수험생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카이스트 등 4개 과학기술원의 정시모집 지원자 수가 지난해 대비 3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는 지원자가 38%나 줄었고, 또 다른 이공계특성화대학인 한국에너지공과대의 경우 3년 전 개교 당시보다 지원자가 3분의 1 토막이 났다.

7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카이스트·광주과학기술원(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지원한 수험생은 4844명으로 지난해 6743명보다 1899명(28.2%) 줄었다. 경쟁률도 지난해 103.74대 1에서 80.73대 1로 떨어졌다. 먼저 카이스트 지원자는 2024학년도 2147명에서 2025학년도 1333명으로 814명(37.9%) 감소했다.

카이스트의 경우 모집인원도 20명에서 15명으로 줄었지만 전체적인 지원자 수 감소에 따라 경쟁률이 107.35대 1에서 88.87대 1로 낮아졌다. GIST 지원자는 1454명에서 1088명으로, UNIST 지원자는 1680명에서 1293명으로 줄어 각각 25.2%, 23.0%의 감소율을 보였다. DGIST는 1462명에서 1130명으로 22.7%가 줄었다. 한국에너지공과대의 경우 개교 첫해인 지난 2022학년도 지원자 수가 953명이었던 것이 올해 281명까지 줄었다. 3년 전에 비해 지원자 수가 672명(70.5%) 감소한 것이다.

이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의대 지원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025학년도 전국 39개 의대의 정시모집 지원자는 1만519명으로, 지난해보다 2421명(29.9%) 급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인원 확대가 서울대 등 최상위권 대학 자연계와 과학기술원 지원자 수 감소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4개 과학기술원은 ‘정시 3회 지원’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중복 지원이 가능한데도 지원자 수가 줄어든 것이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애초부터 이공계열이 아닌 의약학계열로 지원범위를 좁힌 것으로 분석됐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