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탄핵 가결 한 달도 안돼 ‘원전 정책’ 균열

정부, 野 설득 위해 증설 축소
한·미 원전수출 합의도 미지수

지난해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야당 주도로 가결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원전 정책에 균열이 가고 있다. 정부는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신규 원전 증설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으며 원전 수출을 위한 한·미 협력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오는 2038년까지 적용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대형 원전 3기 및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증설하기로 했던 기존 계획을 대형 원전 2기 및 SMR 1기로 축소하는 조정안을 전날 국회에 보고했다. 전기본은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절차를 거쳐야 확정되지만 원전 확대에 반대하는 야당에 막혀 지난해부터 수개월간 보고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5월 11차 전기본 실무안이 나왔고 연내 확정됐어야 할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정안은 산업부가 여야를 비롯한 국회 의견을 들어 자발적으로 마련한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을 2.4GW 더 늘리는 내용이 추가됐다. 태양광 발전은 배전망이나 간헐성 문제 등으로 인해 더 많은 용량의 설비를 추가해야 1.4GW급 원전의 전력공급 능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일각에서 전기본 상임위 보고 일정에 대한 국회와 산업부 간 논의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지만 이 같은 조정안에도 불구하고 아직 상임위 보고 일정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오는 10일(현지시간)까지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이다. 안 장관의 이번 방미 현안에는 지난해 11월 가서명이 이뤄진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 최종합의도 포함돼 있다. 다만 관련 사안에 대한 미 당국과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오는 20일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로 교체됨에 따라 체코 원전 수주 최종계약 시점인 오는 3월까지 한·미 정부 간 원전 수출 협력 MOU가 확정될지 미지수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