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서 32년…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 사망[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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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 섬에 정박 홀로 살아
한때 정부 퇴거에 반대운동

지중해의 무인도인 부델리 섬에서 32년간 홀로 살아왔던 ‘이탈리아의 로빈슨 크루소’ 마우로 모란디(85)가 세상을 떠났다.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지난해 낙상 사고 이후 건강이 악화된 모란디가 고향인 모데나로 돌아와 병원에서 지내다 지난 3일 숨졌다.

배가 난파돼 무인도에 혼자 살게 된 사람의 이야기인 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와 달리 모란디는 자발적인 은둔자였다. 그는 1989년 소형 보트를 타고 남태평양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선박이 고장 나 이탈리아 서쪽 부델리 섬에 정박하게 됐다. 부델리 섬의 자연환경에 매료된 그는 마침 섬의 관리인 은퇴 소식에 항해를 포기하고 새 관리인으로 눌러앉았다. 1.6㎢ 크기의 부델리 섬은 핑크빛 백사장으로 유명한 명소로, 영화 붉은 사막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모란디는 32년 동안 섬에서 혼자 살며 길을 정비하고 해변을 청소했고 관광객들에게 섬의 생태계를 안내하는 일을 해왔다. 섬의 풍경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정부가 부델리 섬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그에게 퇴거 명령이 내려졌다.

이 섬을 인수한 라 마달레나 공원 당국의 결정은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고, 그의 퇴거에 반대하는 청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유권 다툼 끝에 모란디는 섬을 떠나 인근 가장 큰 섬인 라 마달레나 섬에 있는 소형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부델리 섬을 떠난 이후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