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경찰이 尹 수사 맡아 2차 공권력 충돌 막아야[사설]

법 집행 절차의 공정성과 합법성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무너진다. 그만큼 절차가 중요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수사와 재판의 경우엔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아무리 혐의가 자명해 보이더라도 법 집행이 졸속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일본제국의 전범 재판도 2년 반 이상 걸린 이유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측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 혐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고, 그 연장선에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어 2차 공권력 충돌 위기로 치닫는다. 윤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의 위헌·불법성과 별개로, 이런 절차적 문제 제기에는 어느 정도 타당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신속히 이런 흠결부터 제거해야 한다. 의지만 있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7일 재발부하면서 한남동 관저 주변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호처는 철벽 경호 대책을 수립했고, 공수처는 ‘마지막 기회’라며 경찰을 동원해 경호 인력과 함께 윤 대통령을 끌어낼 기세다. 최악의 경우, 경호처에 배속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병력과 경찰의 대테러 특공대가 중무장한 채 충돌할 수도 있다. 지난 3일 1차 체포 시도 때 5시간30분 동안 대치하는 장면이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한국 민주주의 능력과 국가신인도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2차 충돌이 벌어진다면 유혈 사태는 물론 정치적 내전 상황도 우려된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하는 명분이 공수처에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다는 것인데, 틀린 주장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수사권 조정에 따라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가능하다. 검수완박 관련법이 사법체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었지만, 악법도 일단 법이다. 향후 재판에서 제기될 증거능력과 기소 자격 시비 등의 소지를 없애고, 윤 대통령 반발도 막기 위해 경찰로 내란죄 수사권을 신속히 이첩해야 한다.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신청한 것도, 영장 발부 판사가 형사소송법 적용 배제를 적시한 것도 시비를 키운 만큼 차제에 시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