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녹으니 노다지… 북극 쟁탈전 가열[Global Focus]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이 지난해 북극 항로 개척과 극지 해양 연구를 위해 띄운 쇄빙선이 북유럽과 인접한 바렌츠해를 항해하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 Global Focus - 경제가치 오르자 각국 ‘눈독’

동토층 아래 묻혀있던 천연자원
니켈·희토류 등 채취수요 늘고
북극항로 수송 가능성 높아져

美·中 등 각국 북극개발에 혈안
러, 해상부유 원전4기 건설계획
韓도 북극이사회 ‘옵서버’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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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 동토층 표면이 드러나고 새 항로가 열리면서 북극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얼음이 녹으면서 동토층 아래에 묻혀 있던 희토류와 금속광물 등 지하자원의 채취가 쉬워지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빠른 해빙에 따른 북극해 항로 수요는 이런 경쟁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 북극해 자원 개발로 생산되는 자원의 해상수송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극은 자원의 ‘보물창고’ =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1979∼2021년 북극권 기온은 10년마다 0.75도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지구 전체 평균 상승 온도(0.19도)의 4배에 달한다.

핀란드 기상연구소에 따르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등 일부 지역은 10년마다 1.25도씩 상승했다. 북극이 다른 지역보다 두 배 정도 빠르게 진행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달리 훨씬 급격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13∼2019년 여름철 북극 얼음은 이전 대비 17% 사라졌다”며 “2035년이 되면 여름철 북극해에 얼음이 하나도 남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북극 얼음의 빠른 해빙은 역설적으로 얼음으로 뒤덮여 ‘버려진 땅’으로 불렸던 북극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과거 북극의 지하자원은 손댈 수 없는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겨울철에는 5m 두께로 얼면서 선박 운항 등 정상적인 자원 채취 활동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 온난화로 북극 자원 개발을 위한 동력이 자원 개발과 함께 1만㎞나 떨어진 먼 수에즈운하 대신 북극해 항로 통과 수송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 북극의 두꺼운 얼음 밑에는 막대한 규모의 지하자원이 묻혀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북극 해저에 매장된 석유는 약 899억9000만 배럴로, 전 세계 매장량의 1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가스는 47조㎥로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0%에 이른다.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미래 에너지자원 메탄하이드레이트도 북극 곳곳에 풍부하게 분포한다. 망간·니켈·금·구리 같은 금속광물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을 만들 때 필요한 희토류도 많이 묻혀 있다. 배터리에 필수적인 니켈과 코발트 매장량도 풍부하다. 이 같은 광물 가치에 채취를 위한 광부 수요가 늘면서 북극 광부의 평균 임금이 캐나다 밴쿠버 노동자의 5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광산 개발 경쟁에 환경오염과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부작용도 가시화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북극에서 채취되는 지하자원들. 왼쪽부터 니켈, 희토류, 메탄하이드레이트.

◇뜨거워지는 북극 쟁탈전 = 자원 개발을 위해 북극에 진출하려면 북극 영유권을 가진 나라들의 옵서버 자격을 얻어야 한다. 남극은 국제협약에 따라 어느 국가의 땅도 아니지만, 북극은 사정이 다르다. 북극에 인접한 미국(알래스카)과 러시아, 덴마크(그린란드 자치령),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캐나다 등 8개국이 영유권을 갖고 있다. 이들 8개국은 1996년에 북극이사회를 만들었고, 옵서버 자격을 가진 국가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한국도 2013년 중국·일본 등과 함께 정식 옵서버 지위를 획득했다.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가 되면 북극 관련 회의에서 프로젝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다만 실질적인 권한은 북극과 인접해 이사국으로 지정된 8개국이 갖는다.

맹주를 노리는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북극권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접하는 바렌츠해부터 미국 알래스카와 가까운 베링해협까지 북극권의 러시아 영토 경계선이 전체 북극해 해안선의 53%인 3만7653㎞에 이른다. 러시아는 최근 30년간 슈토크마놉스코, 루사놉스코, 레닌그라드스코 등 23개 유전을 발굴했는데 이는 북극 유전의 46%에 달한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로사톰은 2030년까지 북극 항로 일대에 해상 부유형 원전 4기 건설을 계획 중이다.

중국도 북극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조만간 북극 해저에 유인 탐사 잠수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스스로를 ‘근(近) 북극 국가’라고 선언하며 북극권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포함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그러면서 쇄빙선 등 극지방 탐사 선단을 늘려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함께 미국 알래스카주 알류샨 열도 근처에서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했다.

자칫 북극 항로를 중국과 러시아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도 북극 영향력 확대에 뒤늦게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캐나다·핀란드와 쇄빙선 협력 노력(Icebreaker Collaboration Effort), 일명 ‘ICE 협정’으로 불리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러시아·중국에 비해 떨어지는 쇄빙선 역량을 보강하기 위해서였다. 3국은 이 협정을 통해 각국의 조선 산업과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극지 쇄빙선 건조 및 기타 북극 역량 등에 초점을 맞춘 정보 교환 및 인력 개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미국은 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통해 러시아의 북극 진출에 공동 대비할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북극이사회 8개국 중 러시아를 제외한 7개국이 나토 회원국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