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쇼크 대비’ 대기업 11%뿐… 올 사업계획 다 뒤집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대한상의 50대기업 조사결과

60%가 1300원대 환율 예측
원자재·부품 조달 비용 증가
해외 투자·환차손 부담 호소

“국정 불안이 고환율 부추겨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 필요”

국내 50대 기업 10곳 중 9곳이 가파르게 치솟은 원·달러 환율 여파로 올해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새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원·달러 환율을 예측·적용한 곳은 10곳 중 1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탄핵정국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기업 대부분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원자재 조달 및 해외투자 비용 증가 등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국내 50대 기업(응답 31개 사)을 대상으로 ‘주요 대기업의 환율 영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파악됐다고 9일 밝혔다.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며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350∼1400원이 33.3%로 가장 많았고, 1300∼1350원이 29.6%로 뒤를 이었다.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 사업계획에 1300원대 환율을 적용한 셈이다.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원·달러 환율을 예측·적용한 기업은 11.1%에 그쳤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업계획 수립 시 적용한 환율과 실제 환율과의 차이가 발생함에 따라, 환율 기준을 수정해 관련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환율 상승으로 국내 대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5점 척도로 조사한 결과에선 ‘원자재 및 부품 조달비용 증가’(3.70점)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다음으로 ‘해외투자 비용증가’(3.30점), ‘수입결제 시 환차손 발생’(3.15점), ‘외화차입금 상환부담 증가’(2.93점)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전통적으로 환율상승은 수출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어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증가하고 ‘환 헤지(환 변동 위험 회피)’ 달러화 결제가 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환율 수준 전망에 대해선 응답 기업의 44.4%가 ‘1450원 이상 1500원 미만’이라고 답해 현재 환율 수준이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환율 불안을 키우는 잠재적 요소(복수응답)로 ‘국내 정치적 불안정 지속’(85.2%)과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 본격 개시’(74.1%)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 외 불안정한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과제(복수응답)로는 ‘기업에 대한 외환 유동성 지원 확대’(63.0%)와 ‘긴급 시 외환시장 안정조치 시행’(63.0%)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환율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차원 대응책으로는 가장 많은 74.1%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선택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불안정한 환율 상승이 자본 유출과 신인도 하락 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와 기업 유동성 지원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