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명예 아닌 너의 사랑’ 당돌한 세븐틴… 우린 당당한 어른일까[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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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세븐틴 ‘러브 머니 페임’

훈련소 일화는 시효가 넓다. 일요일 아침에 교회 갈 사람 외치니 소대원 절반이 손을 든다. 조교가 무작위로 한 명 골라 주기도문 아느냐 물었다. 대답이 걸작이다. “모릅니다. 하지만 알고 싶습니다.” 조교는 웃었고 병사들은 ‘행군의 아침’을 합창하며 예배당으로 향했다. 그날 군종 사병이 나눠준 초코파이는 햇살처럼 부드럽고 달콤했다.

알고 싶은 게 줄면서 우리는 늙어간다. ‘그런 거 알아 뭐 해’ 이 말이 입에 붙으면 고집 센 노인으로 분류되어 서서히 유폐된다. 스스로 뒷방으로 나앉을 필요가 있는가. 몰라도 지장 없지만 새로운 거 하나둘씩 알아가면 오후의 시간표가 풍성해진다. 젊은이와 소통하기 어렵다면 그들의 노래를 들어라. 층간소음처럼 느껴진다면 곰삭은 주문을 기억의 늪에서 건져 내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알고 싶다. 한번 맞춰 보자.”

에스파와 세븐틴이 제39회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각각 음원, 음반 대상을 받았다. 친구들에게 묻는다. 두 팀 각각 몇 명인지 아는가. ‘일단 세븐틴은 17명 아닐까.’ 오답이다. 걸그룹 에스파는 4명, 보이그룹 세븐틴은 13명이다. 그런데 왜 세븐틴이야? 설명은 검색창에 넘기고 그 대신 우리들의 세븐틴으로 화제가 이동한다.

기말고사 끝나고 단체로 대한극장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관람했다. 16세 소녀와 17세 소년이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부른다(‘Sixteen Going On Seventeen’). 운율에 따라 빈 스테이지(empty stage)와 빈 페이지(empty page)가 차례로 나온다. 거길 무엇으로 채우냐에 따라 운명의 불빛(fate to turn the light on)이 달라진다. 열여섯 열일곱부터는 진득하게 생각할 때(It’s time to think)다. 욕심, 앙심은 적당히 가라앉히고 더 조심하며 깨어 있어야 양심적인 어른이 된다(Better beware, be canny and careful).

춤만 추다 청춘 다 보내면 어쩌지? 로봇처럼 율동한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그날이 오면 난 이룬 게 뭘까’ ‘사랑, 돈, 명예 (중략) 나는 원하지 않아 너의 사랑 하나 그거면 돼’(‘LOVE, MONEY, FAME’) 무대 위 세븐틴(1995∼1999년생)이 당당하다면 객석의 세븐틴(2008년생)은 당돌하다. ‘서태지와 아이돌이 몇 명이었죠?’ ‘시대 유감’ 아니 ‘세대 유감’이다. 그렇더라도 침착함을 고수해야 음악동네 고수다. ‘이름(서태지와 아이들)이나 제대로 알고 질문해라.’ 나무라고 싶을 때마다 입장을 전환한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이승철 ‘소녀시대’) ‘다 몰라도 돼’(슈퍼주니어 ‘너 같은 사람 또 없어’) 좀 더 위로 올라가면 이 노래도 위로가 된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서유석 ‘가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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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1975) 10대 가수(MBC)는 이름부터 순박했다(김세환, 남진, 박상규, 송창식, 옥희, 윤항기, 이미자, 이수미, 정미조, 하춘화). 지금은 어떤가. 스트레이 키즈·아이브·에스파·에이티즈·엔시티 드림·엔하이픈·제로베이스원. 깃발은 요란(?)해도 달라지지 않는 가치들이 있다. 이번 시상식이 내건 주제가 ‘공존과 연결, 그리고 확장’인데 작금의 현실(공멸과 단절, 그리고 폐쇄)과는 정반대다. 바야흐로 ‘조율’(원곡 가수 한영애)이 필요한 시간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중략) ‘그들이 열린 가슴으로 사랑의 의미를 실천할 수 있도록’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모두 함께 손잡는’ 그날은 어디서 길을 잃었나.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한영애 ‘조율’).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