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특례’로 또 손 내민 정부… 의료계 내부도 “이젠 대화해야”

파격 유화책에 ‘대화론’ 힘실려
의대 증원 백지화 입장은 고수

정부가 사직 전공의에 대한 수련·입영 특례 등 의료계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가운데 의료계에서도 2026학년도 의대 증원 협의 등 ‘대화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가 파격적인 유화책을 내놓은 만큼 의정 대화를 거부할 명분도 부족하고 의료계가 직군 이익만 고수한다며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승범 고려대안암병원장은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정부와) 대화해야 한다”며 “전공의도 그 정도 조건이면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 원장은 “전공의들도 수련 특례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2026년도 정원을 의대 증원 전인 3058명 규모로 되돌린다고 명확히 얘기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0일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 및 동일 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전공의 수련 규정에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전공의들이 복귀하면 수련을 다 마친 후 군의관 등으로 입영할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이는 대한의학회 등 6개 단체가 지난 6일 보건복지부에 건의한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것이다.

양문술 대한병원협회 미래헬스케어위원장(부평세림병원장)은 이날 “의정갈등이 더 길어지면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게 피해가 가기에 이제는 대화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며 “얼마든지 대화에 나서고 (정부와) 논의하다가 정부안이 맞지 않으면 그때 다시 행동해도 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수련이 1년만 남은 전공의들은 잊힐 가능성이 크다”며 “사태가 길어져 전공의들이 2년 동안 나가 있으면 나중에 그 사람을 다시 뽑아줘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어 소위 인기과에 합격했던 전공의들은 다시 수많은 사람과 경쟁해서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주요 학회 한 관계자는 “어떤 문제든 해결하려면 대화를 해야지 언제까지 투쟁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상황 변화에 따라 대처해야지 강경 모드로만 가면 안 된다”면서 “(복귀할) 환경은 만들어졌으니, 다음 선택은 전공의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마감된 레지던트 1년 차 추가 모집은 오는 14일부터 시작된다. 각 수련병원은 다음 달 3일부터 인턴을 모집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