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톱다운’ 관여 웡·해리슨 기용… 윤 탄핵정국 속 ‘코리아 패싱’ 위기[다시 ‘트럼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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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트럼프 시대’ - (1) 외교안보 진용으로 본 한반도 정책 전망

“트럼프, 예측 불가 韓상황보다
‘김정은’ 이름 더 확실히 인식”
北 - 러 밀착·우크라戰 변수 속
韓 건너뛰고 北 직접 접촉할 듯

그리넬 특사, 주한미군 철수 언급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나설 듯
루비오·왈츠 등 공식 라인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 인식 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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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투톱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다. 이들은 한반도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정책 등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을 충실히 따를 인사들로 관측된다. 특히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북 정책에 있어 백악관에서 일하게 된 알렉스 웡과 윌리엄 보 해리슨, 두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트럼프 당선인의 어려운 ‘숙제’를 맡게 될 리처드 그리넬 특사 역시 대북 정책의 급변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정책, 코리아 패싱 우려 = 트럼프 당선인의 대북 정책이 ‘톱다운’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미국 조야와 한국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미 세 차례 미·북 정상회담을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던 트럼프 당선인은 다시 직접 북한과 접촉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단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러시아와 북한이 급속도로 밀착해 있고, 여전히 ‘두 개의 전쟁’이 유효한 상황이라는 변수가 있어 당장 북한이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메인’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미·북 직접 접촉이 이뤄질 여지도 있다. 특히 1기 집권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담 참여를 꺼렸던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및 탄핵 국면으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어려워진 점을 감안하면 코리아 패싱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건너뛰고 북한과 직접 접촉을 꾀할 경우 핵심적인 역할은 알렉스 웡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윌리엄 보 해리슨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웡 부보좌관은 트럼프 1기 때 대북특별부(副)대표로 일하며 미·북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했고, 트럼프 1기 때 대통령의 순방 일정 조정 및 실행 역할을 한 해리슨 부비서실장은 미·북 정상회담에도 실무 역할을 맡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웡 부보좌관을 기용하며 “그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나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고 했고,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해리슨 부비서실장에 대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때마다 계획 수립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역할과 경력을 소개하는 몇 줄에 ‘김정은’ 이름이 포함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신호다. 한 미국 민주당 관계자는 “트럼프에겐 여전히 갈피를 잡기 어려운 한국 상황보다 김정은의 이름이 훨씬 더 분명히 인식돼 있다”며 “웡과 해리슨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때 물밑에서든 수면 위에서든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인사는 그리넬 특사다.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정책 책사로 알려졌던 그리넬 특사는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주전공’인 유럽이나 남미 등 상황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난관에 처했을 때 ‘북한’을 돌파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리넬 특사를 지명하면서 “그리넬은 북한과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북한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방위비 압박과 북한 인권, 위기이자 기회 = 대선 기간 한국을 향해 ‘머니 머신’이라고 불렀던 트럼프 당선인이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하며 한국에 천문학적 액수의 방위비 인상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 협력이 흔들리거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주독대사 시절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다”고 밝혔던 그리넬 특사가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역할 변화 등에 나설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미·일 삼각 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 한미동맹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무엇이든 ‘거래 대상’이자 ‘압박 수단’이 되는 트럼프 당선인이 1기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며 경제와 안보 두 측면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흔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각도의 압박이 거세게 몰아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트럼프 외교정책의 투톱이자 연방의원 출신인 루비오 지명자, 왈츠 내정자와의 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코리아 패싱’과 ‘방위비 압박’에 맞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대중 견제 측면에서도 북한 인권을 보다 강조하고 나올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북한 인권을 고리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한편, 합리적인 선에서 방위비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