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집행 vs 추경… 경기대응 방안 놓고 ‘팽팽’

당정, 재정 3분의2 조기집행 추진
예산 깎았던 野는 추경 편성 주장

지난해 상반기 신속집행률 65%
재정 앞당겨 쓰면 내수 살아나도
하반기 경기부양책 부족할 우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여당은 공공부문 재정 중 3분의 2 이상을 올해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려는 반면, 확장재정을 내세우는 야당은 정초부터 추경 편성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저성장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적극적인 재정집행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올해 예산을 단독으로 삭감한 야당이 추경 편성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상반기에 예산을 몰아 쓰고 있다. 중앙재정 기준으로 정부의 상반기 신속집행률은 지난 2020년 62%에서 지난해엔 65%까지 올랐다. 정부는 올해도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67%)으로 재정을 신속히 투입하기로 했다.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내수회복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수출(6838억 달러·약 1001조 원)마저 꺾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고물가·고금리로 위축된 내수시장에 자금을 공급해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경기에 민감한 투자 등 분야별로 대상사업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선 상반기에 70% 이상 집행해 건설경기 회복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해진 예산을 상반기에 앞당겨 쓰면 하반기에는 경기를 부양할 ‘실탄’이 턱없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상반기에 신속집행을 단행했는데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8%를 기록했지만 하반기는 1.6%에 그치고 말았다. 금리를 통해 물가를 관리하는 한국은행은 추경 조기 편성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정부가 농산물 수급 안정,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 등을 추진하고 있어 물가 자극 효과가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지금처럼 하방 위험이 있는 상황은 재정을 조금 더 이용할 근거가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긴 하지만, 올해 초부터 추경 편성은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신속집행률을 높이겠다고 했으니 재정이 부족할 수 있는 올해 여름 이후에 추경 편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가용재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한 뒤 추경 편성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와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 조기 집행을 통해 경제 상황을 점검한 후 선제적으로 추경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원·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