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공수처와 협의”…尹 출두 합의해 충돌 막아야[사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국가기관 간의 무력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14일 오전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조사 방법·시기 등을 놓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협의할 의사를 밝힘으로써 불상사를 피할 단초가 마련됐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논리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해왔는데, 그런 입장은 철회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호인 측은 대통령실 입장과 달리 “기존 입장과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비슷한 시각에 경찰·공수처·경호처가 영장 집행 문제를 협의함으로써 상황 변화를 뒷받침했다.

공수처와 경찰이 15일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를 의식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실은 공수처·경찰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와 방문 조사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든 충돌은 막아야 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상황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정 실장이 윤 대통령 조사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형식부터 논란 거리다. 윤 대통령이 정 실장에게 지시하거나 보좌받을 수 있는 법적인 상태는 아니다. 정 실장은 “대통령이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면서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 실장이 전한 윤 대통령 처지도 의미심장하다. 정 실장은 “고성낙일(孤城落日), 외딴 성에 해가 기울고 있다. 도와줄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최고의 헌법기관인 대통령을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인다”고 했다. 강경 지지자들의 시위 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과 경호처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한다.

모두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실장이 밝힌 것처럼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관저에서 끌려나가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법적 시비를 떠나 국격과도 직결된다. 윤 대통령은 수사 협조 의사를 밝히고, 각 기관이 합당한 조사 방법에 합의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