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만 방어 소극적… 그린란드·파나마 발언들, 중국의 무력점령 명분 줄수도[다시 ‘트럼프 시대’]

■ 다시 ‘트럼프 시대’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대만의 긴장도는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대만 통일 의지는 여전히 강한 반면,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 방어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 내놓는 발언들은 중국의 대만 무력 점령에 명분을 줄 수 있어 대만 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방영된 2025년 신년사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동포는 일가친척으로 누구도 우리의 혈맥과 친척의 정을 끊을 수 없다”며 “누구도 조국통일의 역사 대세를 막을 수 없다”고 대만 통일 의지를 거듭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취임한 뒤 대만 해협 인근에 함정과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빈도를 늘리고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는 등 위협 수위도 높이고 있다. 반면 ‘불개입’ 방침을 선언한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 방어에 회의적이다. 그는 수차례 인터뷰에서 협상을 위해서라며 중국 측에 대만을 침략하지 말라는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엇을 위한 협상용인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여기에 더해 “우리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대만이) 가져갔다”면서 “(미국은)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다. 대만이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대만 위협을 미끼로 대만으로부터 방위비를 더 얻어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문제에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대만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중국의 대만 침공 등 권위주의의 무력 사용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시진핑이 ‘그린란드가 미국에 근접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대만은 중국과 가깝다. 트럼프는 그린란드에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는데 우리도 대만에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과 교류를 늘리는 점 역시 대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