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체불명 드론 뜨면 軍서 격추”

러 ‘사보타주’ 우려에 권한부여

독일 정부가 군에 주요 시설 상공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론이 발견될 경우 격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려온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론 출현이 늘면서 러시아에 의한 사보타주(파괴공작)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15일 ZDF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는 내각회의에서 인명이나 핵심 인프라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드론을 연방군이 격추할 수 있는 내용의 ‘항공보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법상 연방군은 위급한 상황에서 항공기에 착륙을 강제하거나 경고 사격 등 무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드론에 관해서는 이러한 권한이 없다.

독일 정부가 법 개정을 서두르는 데는 최근 사보타주를 위한 정탐 시도로 의심되는 미확인 드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의 연방군 기지 상공에서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드론 10여 대가 비행해 검경이 수사에 나섰다. 이튿날에는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화학 공장 인근에서도 드론 여러 대가 목격됐다. 바이에른주 범죄수사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군사시설과 방위산업체가 정탐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법 개정은 연방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2월 총선으로 새 의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다른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를 향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날 “러시아가 폴란드뿐 아니라 전 세계 항공사를 상대로 테러를 계획했다”며 “파괴공작에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미국 본토를 겨냥한 러시아 측의 항공화물 테러 동향을 파악하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