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동결… 저성장 우려에도 ‘고환율’ 급한 불 먼저 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의사봉 두드리는 이창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금통위 기준금리 3.0% 유지

“고환율, 물가·금융에 영향 커
올 성장률 1.9% 밑돌 가능성”

강달러에 외환시장 변동성 심화
국정혼란에 트럼프 2기도 부담
경기침체 고려 내달 인하전망도

한국은행이 16일 올해 들어 처음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로 야기된 환율 급등과 같은 불안한 외환시장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는 등 정국 불안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2월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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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본관에서 새해 첫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인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으로 불안한 외환시장이 꼽히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로 매우 높은 수준인 데다 변동성도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 국내 정치 상황 및 미국 신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서 국내 물가 및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외신인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수 있다”고 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환율과 물가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기에 방점을 두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달러화 가치는 미국 경제가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전례 없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5%가량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현실화에 따른 물가 상승과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한·미 금리 차 확대로 원화 약세가 심화되며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 외환 파생 거래에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대내외 악재로 올해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이 확실시되는 만큼 한은도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상황이다. 탄핵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11월 전망치 1.9%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비상계엄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2%를 밑돌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대내외 여건 변화가 수출과 내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2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면서 금리도 함께 낮출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