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구금 실효성과 공수처·野 억지[포럼]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체포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음으로써 지난달 31일부터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촉발된 정국 불안정을 극한상황으로 치닫게 했다. 시민의 찬반 시위 대결은 물론 공수처·경찰·대통령경호처 등의 국가기관 간 유혈 충돌 사태까지 우려됐다.

위기일발의 순간에 윤 대통령의 자제로 체포영장은 집행되고 참극을 모면했다. 그러나 ‘체포영장’이라는 공수처의 무모한 법 집행은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체포영장은 법과 질서 확립이라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정치적 편파성에 휘둘려 공수처가 법의 공정성과 법 집행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과오를 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한 의문은 두 가지다.

첫째, 대통령을 체포해서 수사하고 있는데 과연 실질적 효과가 있는가. 대통령 측은 공수처 수사가 불법이고 체포영장 발부 법원도 편법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묵비권을 계속 행사하면 체포는 신체적 구금 외엔 실효성이 없다. 그렇다면 사실상 관저에 ‘연금’된 것이나 다름없는 대통령을 왜 굳이 체포했는가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탄핵에 대한 정당한 헌법 심판을 받기 전에 내란죄 명목으로 윤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끝내려는 정치세력에 동조한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둘째, 공수처 관할 사안이 아니라는 ‘내란죄’에 관해서 왜 공수처가 대통령 수사에 나섰는가. 그리고 현직 대통령은 직권남용죄로 형사소추되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이 있는데 공수처가 왜 굳이 나섰는가. 체포영장에는 내란 혐의와 직권남용이 구분되지 않고 그 표지 죄명에 ‘내란 우두머리’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공수처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위해 불법적인 수사 절차를 과도하게 진행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는다.

물론 공수처의 탈법적 행태가 윤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의 실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현 시국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자기합리화에 열중하고 있다. ‘종북 반국가 세력’과 선거 부정 등의 의혹을 제기만 하지 말고 실질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정권의 임기 절반을 집권했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충분히 마련했어야 했다. 비상계엄은 국가 최고 수준의 강제 권력 행사인데 그렇게 어설프게 끝낼 수밖에 없었을까.

국가권력의 몰락을 지켜보지만 정치적 불안정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체포를 법질서 확립이라지만, 윤 정부의 초기부터 전개한 정부 무능화·불능화 획책을 계속할 태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를 국무위원 탄핵 정족수인 과반수라는 억지 논리를 펴 한 대행을 탄핵소추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의 특검법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똑같은 방법으로 탄핵소추할 것이다.

이미 헌법 초유의 혼란과 난국을 조장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야당은 비상계엄의 실패를 내란죄로 단정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내란에 동조하거나 선전하는 일반 국민도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권력 장악의 호기로 생각하는 민주당의 전횡이 도를 넘긴다면 국민으로부터의 심판이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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