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도 기준금리 동결, 재정 역할 더 중요해졌다[사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한 것은 경기 침체보다 환율 불안을 더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원화 환율은 국내의 정치 불안에다 미국 고용 시장 강세로 지난달에만 5% 상승했다. 이로 인해 수입물가도 2.4%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 대출 위주로 주택담보대출도 57조 원 늘어났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3연속 기준금리 인하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급속히 얼어붙는 국내 경기다. 정부가 올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내리는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발등의 불이다. 비상 계엄·탄핵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에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수출마저 둔화할 조짐이 뚜렷하다. 취업자도 이미 지난해 12월 5만2000명이나 감소했다. 이제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만큼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정부는 올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투입하기로 한 조치부터 차질없이 실행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총력전을 펴야 한다. 국회도 소비심리 자극을 위한 반도체특별법안과 각종 감세안 등 20여 법안부터 서둘러 통과시켜야 것이다.

한은의 2월 기준금리 인하는 일단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관세 인상 등 대내외 악재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소비와 설비 투자 흐름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여야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재정정책의 규모와 집행 속도를 지켜보면서 더 이상 금리 인하에 실기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