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취한 래퍼’ 박제 두려웠지만… 운명적 캐릭터란 생각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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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겜2 ‘타노스’역 배우 최승현

연기하며 부끄러운 과거와 싸움
‘공포 일으키는 광대’ 묘사 노력
호평·악평 모두 겸허하게 들어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1년 만에 언론 인터뷰에 나선 배우 겸 가수 최승현(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2’(감독 황동혁·오겜2)를 통해 약물중독 래퍼 타노스 역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를 이렇게 밝히며 연신 사과했다.

최승현은 그룹 방탄소년단 이전 가장 성공한 K-팝 그룹 빅뱅의 일원이자 영화 ‘타짜2’ 등의 주연을 맡은 유명 배우였다. 그러나 2016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적발됐고, 이후 여러 논란을 거치며 대중의 기억에서 잊혔다. 그런 그가 ‘오겜2’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반대 여론이 거셌고, ‘오겜2’ 공개 후에도 비판은 이어졌다. 15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최승현은 “신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약물에 취한 래퍼 역을 맡는다는 것이 ‘이미지 박제’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운명적인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었다.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었지만 그것 또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시즌2’에 등장하는 타노스.

‘오겜2’ 공개 이후 평가는 엇갈렸다. 해외에서는 호감이 높은 반면 국내에서는 날 선 시선이 여전하다. 약에 취한 과장된 캐릭터를 두고 “작품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매력적 캐릭터”라는 칭찬과 “작품의 분위기와 따로 노는 인물”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부딪혔다.

타노스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강력한 악당의 이름이다. 그의 피부색이 보라색이었기 때문에 ‘오겜2’의 타노스도 머리칼을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타노스를 가리켜 “타락하고 덜떨어진 인물, 힙합 루저 같은 인물”이라며 자기비판이 섞인 설명을 내놓은 그는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공포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광대 같은 캐릭터’를 그리려 했다. 좋은 평과 나쁜 평 모두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최승현은 공백 기간 도중 일부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며 은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의 복귀를 반기지 않는 의견이 적잖은 이유다. 하지만 ‘오겜2’로 활동을 재개한 그는 배우로서, 그리고 솔로 가수로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찬란하고 영광스러웠던 20대에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최승현은 “몰락과 추락은 가본 적이 없었던 길이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피폐해져 있었고 판단력도 없었다. 부끄럽게 생각하고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서는 그에게 숙명 같은 수식어인 ‘빅뱅’에 대한 질문도 다수 나왔다. 빅뱅 멤버로 복귀할 가능성을 묻자 최승현은 “더 이상 팀에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떠나겠다고 마음먹었고, 빅뱅으로 돌아가기에는 면목이 없다. 저로 인해 또 피해를 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후 “죄책감으로 선뜻 (멤버들에게) 연락도 할 수 없었다”는 그는 지난해 11월 3인조로 재편된 빅뱅이 ‘2024 MAMA’ 무대에 오른 장면에 대해 “물론 봤다. 정말 멋있더라”면서 “언제나 그 친구들이 잘되길 바라며 마음속으로 평생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