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그늘’ 짙어진 경기진단… “고용 둔화·하방 압력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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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재부 그린북 1월호

지난달 취업 5.2만명 감소
고환율에 인플레 우려 심화
소비자심리지수 88로 하락

정부 예산 조기집행 밝혔지만
추경 편성 필요 목소리 커져

정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2번째로 내놓은 경기 진단에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극심한 내수침체와 ‘고용 한파’ 등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상반기에 최대한 당겨쓰는 방식으로 경기침체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목소리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이 둔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월과 비교하면 고용 한파를 강조하면서 경기침체를 염려했다. 경기 하방 압력에 대해서도 ‘우려가 있다’라는 표현 대신 ‘증가하고 있다’고 부정적인 수위를 높였다. 지난달 그린북에서 ‘경기 회복’ 문구를 14개월 만에 삭제한 데 이어 이번엔 한층 더 어두운 경기 진단을 내놓은 셈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을 근거로 경기 하방 압력을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2000명 감소하면서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3년 1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 폭(-9만7000명)이 커졌고, 최악의 불황을 겪는 건설업 취업자도 큰 폭의 감소세(-15만7000명)가 계속됐다.

비상계엄과 거대 야당의 ‘줄탄핵’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팽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1.9%)은 1%대에 머물렀지만, 전월(1.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가 오른 탓에 향후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장기화한 고물가·고금리 기조에다 정치적 혼란까지 가중되며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내수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88.4)가 전월(100.7)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는 지난해 11월 62.4에서 다음 달엔 53.7로 추락했다. 할인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0% 줄며 3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지난달 26만2000명을 기록하며 전월(37만3000명)보다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10월(54만4000명) 이후 2개월째 감소세다. 이날 기재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관계기관이 공조해 ‘2025년 경제정책방향’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극심한 내수침체로 저성장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적극적인 재정집행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정부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대신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