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과 친분 중시하는 트럼프… ‘대행 체제’ 한국 패싱 우려

권한대행 체제선 외교 대응 한계
계엄 탓 대미관계 중요시기 놓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현지시간) 취임을 앞두고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의 대응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매주 월요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만남, 전화 통화 등도 준비 중이다. 조 장관은 정상외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후보자와 만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정치적 혼란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높은 진입 장벽으로 각급 소통 채널 구축이 녹록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우리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처음 건넬 말과 선물 후보군을 수십 개씩 고민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는 등 두 정상 간 만남을 추진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수포로 돌아간 상황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은 그 어떤 지도자보다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데, (국내 이슈로) 제일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권한대행 체제로 ‘트럼프 2.0’ 시대를 맞기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이 북핵 군축·동결에 초점을 맞춘 ‘스몰 딜’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통상·관세 정책의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외교 소식통은 “정상끼리 소통하며 풀어내도 까다로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선출직이 아닌 임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제 해결 주도권을 가져가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권승현·이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