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같은 인생에서의 금물[그림 에세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윤영복 ‘외줄타기’, 155×182㎝, 캔버스에 혼합재료, 2022.

벌써 봄이라도 온 듯 화창해진 날씨에 들떠 산행에 나선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준비는 히말라야 산악인 못지않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안전을 더 중시한다. 산은 높든 낮든 항상 조심해야 한다. 설악산에서 자랐지만, 길을 잃거나 실족한 경우는 대개 작은 산에서였다. 방심과 교만으로 위기를 맞는 것은 산만이 아니다.

윤영복 작가가 인생을 외줄타기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 공감한다. 우리는 잠시도 집중력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냉엄한 실존적 상황에 놓여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영광과 치욕, 갈채와 야유, 미소와 냉소의 갈림은 누구나 언제든 마주하고 있다.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휩쓸리면 나락은 한순간이다.

1인칭 자전적 그림으로 미래파적 표현성에서 긴장이 느껴진다. 균형을 잡기 위해 부지런히 앞뒤로 움직여야 하는 곡예사의 시간차 이미지가 마치 화상 버퍼링처럼 흩어진다. 파편마다 급변하는 표정과 시선에서 긴박함이 생생하다. 작가가 조심스럽게 울리는 경종 소리가 들린다. “자신감은 갖되, 자만은 금물.”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