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단가 그대론데 원가·인건비 급등”… 중소기업, 줄도산 위기

■ 충북 진천 철강 산단 가보니

건설업황 악화에 발주·매출 뚝
“기일 맞추려면 52시간제 못해”

장병철·이용권 기자, 진천=박지웅 기자

“건설경기는 최악인데 고환율로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주 52시간제 등 각종 노동정책들로 인해 인건비마저 오르면서 철근 가공 중소기업은 줄도산 위기입니다.”

지난 16일 충북 진천군 철근 가공 업체 ‘금문철강’ 생산공장에서 만난 신주열(63) 대표는 연신 답답한 마음을 내비쳤다. 금문철강은 건설사와 제강사로부터 발주를 받아 철근을 가공해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다. 신 대표는 “국내 철근 총 수요는 그동안 1000만t 수준을 유지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지난해 사상 처음 700만t 수준까지 급감해 매출이 30%나 감소했다”며 “가공 단가는 그대로인데 최근 고환율로 각종 원자재 가격은 뛰었고 여기에 더해 최저임금 인상, 주휴수당 부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 대표는 특히 경직된 노동 규제가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같은 철근 가공 업체는 발주처의 주문이 오면 즉시 제작해 납품해야 하기 때문에 ‘쥐어짜기’식으로 노동할 수밖에 없다”며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납품 기일을 맞추려면 업체 사장은 형사처분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0여 년째 제자리인 가공 단가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신 대표는 “일본만 해도 가공비가 t당 15만 원 수준인데 국내는 3분의 1 수준인 5만 원도 못 받는 곳이 허다하다”며 “이대로는 가공 업체가 버틸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환율·고물가 여파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수출 대기업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강과 석유화학 주요 업체들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고환율 리스크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52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전체로 봤을 때 매출은 48조9161억 원, 영업이익은 9168억 원을 각각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1.5%, 영업이익은 63.8%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438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포스코 역시 실적이 대폭 줄어 4분기에는 3000억 원 중후반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증권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2월 전망치는 87.0을 기록, 역대 최장기간인 35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부정적으로 경기를 전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으로 경제 심리가 위축되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인상으로 수출 타격이 예상된다”며 “국내 소비 및 투자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민생경제 및 기업 지원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