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다보스 “보복 서둘지 말라”

■ ‘대공황’ 우려… 침착대응 주문

WTO사무총장 “인플레 등 초래
전세계 GDP 두자리 손실 볼것”

EU집행위원 “관세도 안보논리
美·민주국가 등 협력 매우 중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등 글로벌 리더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세계 각국이 급하게 보복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가 급랭할 수 있다며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각국의 보복관세가 이어질 경우 1930년대 세계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23일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토론 세션 ‘관세 논쟁’에 패널로 참석해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에 보복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관세는 무역과 관련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구로 종종 사용되는데, 그래서 때때로 무역이 비난받기도 한다”며 “무역 적자국이 있다면 그 원인은 교역이 아니라 자국 내 거시 경제적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세가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환율을 높여 수출경쟁력을 저하하며 결국 적자를 키운다”며 “만약 우리가 25%나 60%의 관세를 부과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두 자릿수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킨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언급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미국이 대공황 초기인 1930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법이다. 이 법은 각국의 보복 관세를 불러 대공황을 악화시킨 주범으로 지목된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우리는 WTO 회원국들에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다른 방법이 있으니 침착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각국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연구하고 WTO의 분쟁 해결 시스템을 활용할 것을 요청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도 무분별한 관세 인상이 대공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EU 27개 회원국 간 무역 장벽을 없앤 덕분에 회원국들은 큰 이익을 얻었고 유럽 밖에서도 고립국은 번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보호주의가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한 주요 요인이라는 점은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할 시책을 비롯해 각국의 관세 정책에는 안보 논리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EU와 미국은 전략적 동맹이며 독재국들이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민주국가들이 협력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과도 협력하는 게 매우 중요하며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를 통해 건설적인 방향을 찾을 것”을 주문했다.

알렉상드르 파롤라 브라질 무역대표부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관세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관세를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국제 규칙 기반 시스템에 큰 타격을 입힌다”고 지적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