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지만 살아남나”…서울 대단지vs일반 아파트 시세 격차 사상 최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경기 침체와 혼란한 정국의 영향으로 전국 아파트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데 이어 서울 아파트 시장마저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서울 대단지 아파트 가격 지수는 나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일반 아파트와의 가격 격차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서울 아파트와 지방 아파트 가격 지수 격차도 전례 없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에서 ‘똘똘한 한 채’ 경향이 지속되는 만큼 대단지와 일반 아파트, 서울·지방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KB부동산 데이터허브 아파트 가격지수를 보면 서울 시세총액 TOP 20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106.6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KB 선도아파트 50지수 역시 104.0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선도아파트 지수와 시세 총액 TOP 20 지수는 전국 주요 아파트 단지 중 시세 총액이 높은 상위 단지를 대상으로 집계하는 시세 지표다. 한 채당 시세가 높고 가구 수가 많은 대단지 아파트가 순위 안에 포함된다. 시세 총액 TOP20 단지는 모두 서울에 위치한다. KB선도아파트50의 경우 경기 원천동 광교중흥S-클래스(41위), 부산 화명동 화명롯데캐슬카이저(44위), 부산 재송동 더샵센텀파크1차(46위) 3개 단지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에 소재한 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KB선도아파트50 1위 단지는 시세 총액이 18조3500억 원에 달하는 8109 가구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2위는 15조5700억 원에 달하는 6864가구의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3위는 14조7400억 원의 5678가구의 잠실 엘스, 4위는 13조6000억 원의 5540가구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5위는 2991가구의 반포자이 14조1500억 원 등이 포진해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B부동산허브 아파트 가격 지수. 2022.01=100.0

이들 대장 아파트 단지들의 시세는 지난해 9월 전 고점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파죽지세로 오르며 일반 아파트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12월 서울 일반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2 포인트 오른 93.3을 기록해 전 고점이었던 2022년 6월 100.6을 큰 폭으로 하회했다. 전국 매매자격지수 역시 전달 대비 0.1 포인트 하락한 89.6으로 2022년 6월 전 고점인 100.80보다 11% 이상 하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상승기였던 2017~2022년까지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2022년 서울 부동산 시장 폭락장에서는 시세 총액 상위 아파트들의 하락폭이 더 가팔라 일반 아파트의 가격지수가 대단지 아파트를 오히려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상반기부터 전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진입하자 서울 대단지 아파트만 매수세가 회복되는 국면이 지속 되면서 양극화 추세가 극명해 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등으로 주택 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틀어막는 조치를 취하면서 서울·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시세 총액 상위 아파트 단지들의 시세 상승폭은 더 가팔라졌다.

김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