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00일에 신청해도 반년 대기”… 아이돌보미 줄퇴사 속 지원 대상 확대에 ‘악순환 반복’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아이가 보호자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박윤슬 기자

생후 100일 된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A 씨는 복직 뒤 육아를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시간제 아이돌보미를 신청했지만,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기 끝에 결국 사설업체를 통해 기간제 도우미를 구했다.

A 씨는 "정부 지원 돌보미는 대기도 길고 스케줄이 안 맞아 채 한 달도 못 가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설업체를 통해 구한 도우미는 전문성이 없고 검증이 안됐지만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발표한 가운데, 기존 돌보미들은 근무여건 악화로 그만두고 양육자들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실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한 아이돌보미는 2433명으로 같은 해 신규 취업자인 3453명의 70.4%에 달했다. 지난해 아이돌봄서비스의 평균 대기 기간 역시 27.7일에 달한다.

아이돌봄서비스는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돌보미가 찾아가 자녀를 돌봐주는 제도로, 이용 가구의 소득 기준에 따라 서비스 이용 금액을 차등 지원한다.

이처럼 아이돌보미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는 돌보미들에게 지급되는 돌봄수당(시간당 이용요금)이 올해 1만2180원으로 최저임금(시간당 1만30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자들은 대부분 돌봄서비스를 2~3시간 정도 활용해 도우미들의 시간당 근무 시간이 짧다. 이에 현장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돌보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여가부는 올해부터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200%까지 올리고 이용료도 시간당 550원 인상하기로 했지만, 제도 개선 실효성이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두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B 씨는 "당장 지원 대상인 가구도 돌보미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당근마켓·맘 카페 등을 통해 ‘땜빵 양육’을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도우미 공급 안정화도 시키지 않은 채, 수요자 대상만 넓히는 건 돌봄 공백을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