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저가공세에 밀리는 韓조선… 선박 수주잔량 4년 만에 감소

韓, 작년 수주잔량 3787만CGT
점유율 차이 34%P까지 벌어져

지난해 한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잔량(남은 건조물량)이 4년 만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약 4년 치 일감에 기반을 둔 ‘고부가 선별수주’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섰던 한국이 이제는 수주잔량 위축이라는 새 국면을 맞은 만큼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되, 대내외 변수를 고려한 중장기 수주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신규 선박 수주량은 109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건조량(1127만CGT)보다 적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선박 수주잔량은 3787만CGT로 전년(3977만CGT) 대비 4.8% 줄었다. 한국 수주잔량이 감소한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한국이 보유한 수주잔량은 3.5년 치 일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향후 글로벌 신조선 수주 점유율 위축이 계속되면 수년 내 수주잔량이 위험한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의 수주 점유율 회복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막강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저가 공세다. ‘중국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조선업 분야에 기술개발·생산설비 등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수주 점유율 70.6%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6.7%, 일본은 4.9%에 그쳤다.

중국이 선박 발주 물량을 빨아들이며 수주잔량 점유율도 급변하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글로벌 수주잔량 점유율 차이는 약 10%포인트밖에 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약 34%포인트(한국 24.1%·중국 57.8%)까지 벌어졌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가격 인하를 통한 점유율 회복 노력은 한·중 조선사 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질 위험성이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신(新)행정부의 강경한 대(對)중국 정책·중국의 생산설비 확대에 따른 품질저하 가능성 등 기회 요인을 활용한 중장기적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