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변신… ‘진정성’이 관건[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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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요즘 연일 중도 확장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신년 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며 친(親)기업 성장론을 띄운 그는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현재 지정학적 현실을 고려해 한·미·일 협력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2022년 10월 한·미·일 해상훈련과 관련해 “좌시할 수 없는 국방 참사이자 안보 자해”라고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외교·안보관이 180도 변화한 셈이다.

이 대표는 3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 토론회를 주재했다. 노사 의견을 경청한 뒤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담을지 여부와 관련한 당 정책 기조를 확정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복안이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어제의 진실이 오늘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 생각”이라며 “이 대표는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흑묘백묘론’은 이 대표의 실용주의를 상징하는 논리다.

하지만 정치권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의구심 섞인 시선이 적지 않다. 불법 파업 조장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 등 반(反)기업 법안을 밀어붙인 전통적인 민주당 기조를 고려하면 중도 확장 행보가 대선을 앞둔 ‘분장술’에 불과한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일본과의 분쟁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20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10일 한국갤럽이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찍지 않은 응답자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결과, ‘신뢰성 부족과 거짓말’이 19%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도덕성 부족’은 11%로 그다음이었다. 흔히 이 대표의 약점으로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지만, 도덕성 문제보다 신뢰도가 0.73%포인트 차 패배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였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명표 실용주의’가 중도층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