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 멕시코 “마약 · 이민단속 강화”… 손도 안대고 얻어낸 트럼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2024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탠리컵 우승팀인 플로리다 팬서스를 초청해 우승 축하행사 도중 선물받은 하키 스틱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관세폭탄’ 시행 하루전 유예

캐나다 “펜타닐 담당 차르 임명”
멕시코 “국경에 軍 1만명 투입”
추가협상 전제한 관세전쟁 유예
무역적자 해소까지 뇌관은 여전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4일(현지시간)을 불과 하루 앞두고 두 정상이 내놓은 마약 및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는 ‘약속’을 명분으로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전격적으로 유예함에 따라 미국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은 일단 피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은 유지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역적으로 유럽연합(EU), 산업 부문별로는 반도체, 철강, 석유·가스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힌 상태라 언제든 관세 전쟁이 불붙을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우선 멕시코와의 합의 소식이 전해졌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이민자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멕시코 군병력 1만 명을 국경에 투입하겠다며 성의를 보였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관세 유예 조치가 이뤄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이날 오전 통화에서는 양국 간 이견을 완전히 좁히지 못했지만, 오후에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끝에 국경 통제 강화를 위한 여러 수단을 약속하며 관세 유예 조치를 얻어냈다. 캐나다는 미국에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 임명 △국경 강화 계획에 13억 달러(약 1조9000억 원) 투입 △국경에 마약 차단을 위한 인력 1만 명 유지 △마약 범죄조직을 테러리스트로 지정 △마약 및 범죄, 돈세탁 대응을 위한 양국 합동 타격 부대(Joint Strike Force) 발족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추가 협상을 전제로 한 한 달간의 한시적 유예여서 관세 전쟁의 뇌관은 여전하다. 특히 일단 국경 보안 문제를 약속해 유예를 받아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목적인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협상은 훨씬 더 까다로운 난관이 많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와 합의 소식을 전하며 “토요일(1일)에 발표된 관세는 캐나다와의 최종 경제 협상(final Economic deal)이 구축될 때까지 유예될 것”이라며 ‘경제 협상’을 강조했으며, “모두를 위한 공정함!”(FAIRNESS FOR ALL)이라는 말까지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명간 중국과 통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양국 간 합의를 장담할 수 없고,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은 물론 대외정책에서도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강조해온 만큼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EU에 대해 10% 관세 부과설이 영국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에 국부펀드 설립을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문제에 대해 “국부펀드에 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틱톡의 미국 영업을 허용하되 지분 50%를 미국 측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지분 확보 방법으로 국부펀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