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성향’ 영국개혁당, 지지율 25%… 첫 1위

고물가·머스크 지지 등 영향
집권 노동당, 2위 밀려 24%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던 영국의 극우성향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고물가에 대한 불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영국 정치권에 개입해 극우당에 힘을 실어준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더타임스, 스카이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유거브에 의뢰해 지난 2∼3일 영국 성인 24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별 지지율은 영국개혁당이 25%로 1위를 차지했다. 집권당인 노동당은 24%로 2위, 제1야당인 보수당은 21%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15일 유거브의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을 1%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하던 영국개혁당은 노동당의 지지율이 2%포인트 떨어지면서 1위로 올라섰다.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취임 반년 만에 뚜렷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해 7월 총선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당시 총선 득표율은 노동당 33.7%, 보수당 23.7%, 영국개혁당 14.3% 순이었다. 이에 따라 의석수도 노동당은 412석, 보수당은 121석을 차지했고 영국개혁당은 5석을 차지했다. 더타임스는 이번 조사 결과는 오는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당과 보수당에 큰 경고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개혁당의 지지율 상승 배경으로는 저성장과 고물가 등 경기 침체 상황이 꼽힌다. 영국은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 0.1%를 기록했다. 노동당과 정부가 노인 난방비 삭감 등 기본적인 복지와 세금 공약을 수정하면서 국민 불만이 커졌다. 특히 지난해 10월 정부가 부유층과 대기업에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해당하는 400억 파운드(약 72조 원)의 증세안을 발표한 것이 민심에 불을 질렀다. 이에 노동당의 인기는 급락했고, 중도우파인 보수당은 영국개혁당에 지지자들을 뺏기며 양당 체제가 흔들렸다.

머스크 CEO가 영국개혁당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영국개혁당 대표인 나이절 패라지를 만나 지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스타머 총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종혜 기자 ljh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