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위기 고조… 美처럼 현금성 지원 허용해야”

국회 ‘퀀텀 점프’ 토론회 열려
“세액공제액 직접환급제 필요”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세액공제 축소, 보편관세 부과 등 잇따른 대내외 악재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가 명운을 좌우할 배터리 산업의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외처럼 현금성 보조금 지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K-배터리 퀀텀 점프를 위한 2차전지 배터리 직접 환급제 도입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제언이 쏟아졌다. 김승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정책지원실장은 “배터리 산업은 현 기술 수준에서 아직 수익률이 다른 산업보다 높지 않고 설비투자 투입 비용도 커서 세액공제를 통한 지원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수익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주력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중국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자 인센티브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웅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배터리 업계의 초기 설비 투자 부담 완화, 연구·개발(R&D) 확대를 위한 ‘현금 환급’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금 환급 제도는 영업이익이 적거나 적자가 나서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없는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대신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보조금 지원의 일종으로,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그간 IRA에 포함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으로 실적 방어를 해 왔지만, AMPC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보조금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22대 국회에서 현금 환급제 등을 포함해 이른바 ‘한국판 IRA’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을 앞다퉈 발의하고 있다. 다만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등 국내 정치 불안과 극한 대립으로 법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및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