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엄마가 살인마인 것 같아”… 똑 닮은 모녀 사이 섬세한 공포[덕후의 서재]

■ 덕후의 서재

“내가 알고 있는 엄마의 비밀을, 엄마는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나는 엄마가 그걸 알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네이버웹툰에 2021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웹툰 ‘똑 닮은 딸’은 “우리 엄마가 살인마인 것 같다”는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한다. 모녀간의 목숨을 건 대결 구도를 가진 ‘똑 닮은 딸’은, 제목에서부터 작품의 핵심적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겉보기에는 복제품처럼 보이는 모녀지만, 삶의 방향은 정반대를 향한다. 나르시시스트에 사이코패스, 살인마인 명소민이 타인을 자신의 삶을 위한 도구로 삼아 끌어들이고 고립시킨다면, 딸 길소명은 타인을 용서하고 연대하며 자신을 확장해 나간다.

이 작품은 히치콕의 ‘사이코’나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과 같은 스릴러의 전통을 현대 한국적으로 계승한다. 스릴러란 단순히 긴장감과 공포를 자극하는 오락적 장치가 아님을, 그리고 인간 내면의 어둠을 파고듦으로써 삶의 본질적 공포를 드러내는 장르임을 증명한다.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어야 할 호텔의 샤워실이 죽음의 공간이 되는 것처럼, ‘똑 닮은 딸’은 가장 친밀한 존재가 가장 끔찍한 폭력의 가해자다. 또한, 미성년자인 주인공으로서는 완전히 도망칠 수 없는 모녀라는 숙명적 관계를 다룸으로써 공포를 한층 더 강화한다. 그뿐만 아니다. 가정폭력으로 붕괴하는 청소년들의 심리가 숨 막힐 정도로 섬세하고 정확한 것도, 입시제도 아래 학교 및 가정폭력을 가진 인물들이 연달아 등장하는 것도 다른 의미에서 공포다.

치밀한 서사 구조도 흥미롭다. 매화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며, 복선과 반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특히 2부의 대반전은 그간 쌓아온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으면서도 개연성을 잃지 않는 구성을 보여준다. 캐릭터도 화제다. 명소민은 완벽한 겉모습 뒤에 살인마의 본성을 숨긴 인물로 인기도 높다. 그러나 작가는 악행을 정당화하지 않으며, 전지적 시점을 도입해 거리를 두고 연출한다.

취재도 탄탄하다. 고전적인 스릴러가 평범한 일상 속 균열을 파고들 듯, ‘똑 닮은 딸’은 영재고 입시나 전공 선택, 학원 등으로 드러나는 한국 교육 현장이라는 익숙한 배경 속에서 섬뜩한 비일상을 포착했다. 이 작품의 탁월함과 신선함은 9.98이라는 압도적 평점으로도 증명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진정한 힘은 공포를 통과하여 구원으로 나아가는 슬픈 여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데 있다. 스릴러의 진정한 재미를 맛보고 싶다면,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향한 복수를 완성해가는 소명의 여정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혜정 청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