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불법 국제입양 사건의 전모[북리뷰]

■ 국민을 버리는 나라
이경은 지음│글항아리

한국은 지난 70년간 20만 명을 입양 보낸 최대 최장의 아동 송출국이다. 한때 영아들은 해외로 입양되며 1인당 3000달러의 외화를 모국에 안겨줬다. ‘국제입양’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아이가 ‘정체성을 알 권리’를 박탈당했는가. 책은 2012년에 벌어진 영아 불법 송출 사건의 담당자였던 저자가 직접 쓴 증언으로, 생후 15일 만에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천신만고 끝에 돌아온, 이른바 ‘SK 사건’의 전모를 담았다.

영아 SK는 한 미국인 여성에게 안겨져 2012년 미국 시카고 오헤어 공항으로 입국하려다 연방정부 측으로부터 제지당한다. 공공기관을 통하지 않은 ‘사적 입양’의 방식이었다. 해당 사건은 곧 한국 측에 통보됐고, 당시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장이었던 저자는 이를 불법 입양이라고 규정, SK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양국 법정에서 분투한다. 수개월간의 공방을 거쳐 SK는 한국으로 돌아와 새로 선정된 예비 양부모에게 보내진다. 하지만 당시 양국의 여론은 들끓었다. 과연 아이를 위해 이것은 옳은가. 양부모가 될 뻔한 여성이 한국계이고 굉장한 부자인데 미국에서 자라는 게 낫지 않을까. 경제 규모 세계 10위의 한국은 왜 여전히 친부모의 양육을 대신할 재원과 제도가 부족한 것인가…. 사적 입양은 안 되고 공적 입양은 괜찮은가.

국제입양은 오랜 세월 미화되고 포장됐다. ‘가난한 모국(친부모)보다 부자 나라(양부모)가 낫다’ ‘다 아기를 위한 것’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책은 국제입양이 엄밀히 국가의 아동 보호 의무 방기라고 비판한다. 또한, 그것은 선진국의 자선사업도 아니라고 꼬집는다. 국제입양을 “거대한 글로벌 비즈니스”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제 우리가 국제입양 구원 서사를 벗어나야 할 때라고 말한다. 아기에게 과연 가장 ‘덜 해로운’ 것이 무엇인가, 아동에게 가장 ‘최선의 이익’은 무엇인가. “아이를 버리는 나라, 아이를 파는 나라가 아니라 사람이 오는 나라, 사람을 지키는 나라가 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언가. “한국 사람들은 우리의 정체성을 너무 사소하게 여기는군요.” 어느 입양인이 저자에게 했다는 말 속에 복잡한 질문들을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있다. 304쪽, 1만8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