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생존자 같다”...수척해진 인질 모습에 분노한 美·이스라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 억류됐다가 8일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 엘리 샤라비(52·가운데)가 국제적십자사로 인계되기 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 마련된 무대에 하마스 대원들과 함께 올라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이스라엘 인질들의 수척해진 모습에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비인도적인 인질 대우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장관은 인질들의 모습이 마치 ‘홀로코스트 생존자’ 같다며 하마스를 나치 독일에 비유했다.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관람을 위해 뉴올리언스주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하마스에 의해 석방된 이스라엘인 인질들이 “홀로코스트 생존자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날 석방된 3명의 남성 인질인 엘리 샤라비(52), 오하드 벤 아미(56), 오르 레비(34)를 언급하며 “이들은 끔찍한 상황 속에 있었다”며 “너무 쇠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거의 한 달 동안 식사를 못 한 것처럼 보인다”며 “몇 년 전만 해도 25세로 보일 정도로 건강한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홀로코스트 생존자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나 이를 두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인내심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전날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장관이 해당 인질들에 관해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 사르 장관은 전날 자신의 X에 “하마스 테러리스트와 가자 주민들은 괜찮아 보이는 반면 이스라엘 인질들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같다”며 “(가자지구 주민들이 아니라) 이들이 식량난에 허덕인 사람들 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비판할 때 가자지구 식량난을 근거로 들었지만 해당 인질 석방 당시 영상에서 공개된 하마스 대원들과 가자지구 주민들은 건장하고 건강해 보이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사르 장관은 “하마스-나치의 악은 말살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샤라비의 경우 가자지구에 갇혀있는 동안 부인과 딸들이 이미 하마스 대원들에 살해된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인질들을 무대에 올려 석방 행사를 하던 중 가자지구에 함께 납치됐던 동생 요시가 숨진 사실을 샤라비에 알렸지만, 부인 리앤과 두 딸의 사망 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국제적십자사 차량을 타고 이스라엘군에 인계된 샤라비는 곁에 앉은 군인에게 “리앤과 두 딸들을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기대했던 상봉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상훈 기자